아비투스(habitus) : 단순한 취향이나 습관이 아닌,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구조화된 성향 체계
나와 남편은 참 잘 맞는다. 나는 우리가 비슷한 성향과 취향을 가져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게 살펴보니 우리는 아비투스가 여러면에서 닮아있었다. 비슷한 아비투스를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표면적 사실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맞닿아있음을 의미한다.
지식을 쌓는 것을 즐긴다. 어떤 주제든 표면적으로 훑기보다 깊이 파고들어 그 본질을 이해하려고 한다. 지식 팟케스트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은 주로 정치와 역사 경제 관련 팟케스트를 듣고 나는 경영과 건강 관련 팟케스트를 주로 듣는다. 지적 호기심, 무엇이든 배우려는 자세, 학습의 생활화 등 우리는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같다.
일주일에 2-3번의 정기적인 운동을 한다. 하루에 40분씩 매일 산책을 한다. 음식은 천천히 적당량을 먹는다. 야식은 하지 않는다. 술은 일주일에 1-2번, 적당량의 와인을 마신다. 이러한 우리의 건강한 습관은 건강 유지를 넘어 정신적 명료함과 삶의 활력을 가져다준다.
우리의 신체는 클래식함을 지향한다. 왈츠와 탱고 등 불륨댄스를 배우며 몸에 리듬감을 숙련한다. 춤을 통해 서로를 신뢰하고 이끌고 따르는 법을 배운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걷는다. 앉을때 목과 어깨를 바르게 똑바로 편다. 몸의 움직임이 우아하다. 너무 빠르게 걷지 않고 터벅터벅 걷지 않는다. 나는 남편이 깊이 생각할 때 천천히 움직이는 눈동자와 미간이 고급스럽다고 느낀다. 어깨를 감싸는 손길이 항상 부드럽고 포근하다. 손에 다정과 배려가 깃들여있다.
미각적 아비투스
심도 깊은 미식 경험을 즐긴다. 함께 식사를 할때 각 요리의 풍미와 질감, 향을 분석하고 그 느낌을 공유한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미각적 경험은 더욱 섬세해진다. 셰프에 대한 강한 존경심을 가지고 음식을 예술 작품으로 여기며 미식 경험의 모든 과정을 음미한다.
우리의 클래식한 성향은 옷 취향에도 반영된다. 둘 다 핏한 옷을 선호한다. 이는 단순한 패션 취향이 아니라, 정돈됨과 정교함을 중시하는 우리의 가치관이 외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바른 언어를 사용한다. 신조어나 욕은 쓰지 않는다. 너무 빠르게 혹은 너무 느리게 말하지 않는다. 또박또박 발음을 정확하게 말한다. 스피치와 토론을 좋아한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울림있게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매우 강하고 긍정적이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걷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건강하게 다룬다. 자기 신뢰와 정서적 안정 위에 서 있다.
오래된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한다. 서로의 삶을 오랫동안 지켜봐 준 존재들이 주변에 많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우정의 결을 소중히 여긴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끈끈하고 따뜻하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자주 감사해하며 산다. 이런 관계는 단순한 유대나 인맥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네트워크다.
공유된 아비투스의 가치는 혼자라면 표면적으로만 지나쳤을 것들을 함께 파고들어 새로운 층위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 읽는 책에서, 함께 맛보는 음식에서, 함께 걷는 산책로에서 서로의 관점을 통해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 부부가 비슷한 아비투스를 가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각자의 아비투스가 서로를 통해 더 심화되고 때로는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결혼의 큰 자산이e다.
결국 아비투스가 닮은 부부는 일상의 경험을 더 깊고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일치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의하는 근본적인 방식의 공유가 가져다주는 깊은 연결감이다. 우리의 삶은 서로의 아비투스가 만나 더 넓고 깊어진 세계 속에서 계속해서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