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of Man

뮤지컬 <킹키부츠> 후기

by Hanna


재환 님의 초대로 4-5년 만에 뮤지컬을 보게 됐다. <개디스>를 얼마나 개랑하시는 건지 전원 사비로 초대를 해주셨다. 소중하게 생각해 주시는 마음에 꼭 보답하고자 모든 장면을 눈에 담고 가사에 집중했다. 괜히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덜 집중했어도 그렇게 엉엉 울진 않았을 텐데...


더 까먹기 전에 남겨두는 감상~



한창 쥐롤라가 흥했던 시기에 해외 롤라부터 한국 모든 롤라 무대를 찾아봤던 터라 롤라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했다. 심지어 경롤 엠카 무대 떴을 때 무대와 직캠을 마르고 닳도록 봤기에 경롤을 두 눈으로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루 종일 떨렸다.


롤라는 역시 롤라... 무슨 201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오빠들 기다리는 소녀 엑스트라처럼 두 손을 꼭 모으고 봤다. 꺄~ 소리 절로 나오는 경수님... 역시는 역시구나 싶었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제목이 'Land of Lola'가 아닌 'Soul of Man'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단 하나. 찰리 때문이다.


극 초반에는 재환 님이 찰리로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촬영 현장에서의 모습과 너무 상반돼서 신기하기도 했고 "디자이너가 되어 줄래?" 같은 대사가 들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결국 부담감에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찰리 모습을 보면서 언제부터인가 찰리라는 캐릭터 자체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처럼 지혜롭고 강한, 그분처럼 늘 존경했던 영혼

그분처럼 홀로 서 있는 영혼, 그분처럼 절대 못해 난 어떡하나


씨뮤 측에서 6개월 이내에 장례식 치른 사람은 휴지를 꼭 챙겨가라는... 어떤 조언을 해줬어야 하지 않나? 너무 열연하시는 만큼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제발 말리고 싶었다.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악 수를 두고 주변 사람 마음을 다치게 만들고 내가 오히려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밤마다 초조했던 내 모습을 남을 통해 그대로 보고 듣게 되는 상황이 나도 모르게 참으려 했던, 버티려 했던 것들이 터지는 듯했다.


나한테 작가의 재능이 있을까, 내가 작가로 사는 게 맞을까

돌아갈 생각도 없으면서 습관처럼 엄마한테 자주 묻곤 했다. 엄마는 내가 몇 번이고 했던 질문에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단언했고 확언했다. 곧은 눈빛이 사라진 이제는 나약한 질문이 향할 곳이 없어졌고 결국 '난 어떡하나'라는 혼란만이 스스로에게 남았었다.


날 믿어주던 목소리가 아직 생생한데도 불구하고 애송이 같은 내 모습이 너무 싫고, 엄마도 눈 감기 전에 내 걱정을 얼마나 했으면 아직도 엄마 친구들이 종종 연락을 줄 정도인데. 왜 그렇게 책임 없이 나약한 소리를 했을까? 찰리만큼이나 발을 구르면서 울고 싶었던 지난 밤들이 한순간에 떠올랐다.


그리고 로렌이 등장했다.

힘 빠진 찰리에게 건넨 위로는 허무할 정도로 맑았다.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나' 뿐이라는 것.


이미 자기만의 바다로 잠길 대로 잠겨버린 인물에게 누군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상황을 만약 내가 대본으로 썼다면? <킹키부츠>를 보기 전이었다면 분명 많은 미사여구가 붙었을지도 모른다. 우선 인물의 슬픔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만이 위로를 해야 하도록 설정하고 단어 하나하나도 의미를 담았겠지. 그런데 로렌의 대사를 듣고 나서 사람을 수면 위로 꺼내 올리는 문장은 제법 간단하다고 느꼈다.


이 세상에 남겨진 엄마의 뜻인 내가 혼란스럽다고 숨어버리는 건 역시 옳지 않다고 당장 Raise up 하라면서 킹랄 떠는 최고의 뮤지컬. 지금의 나는 'Land of Lola'보다도, 'Raise you up'보다도 'Soul of man'을 가장 많이 찾아듣는다. 솔직히 뮤지컬을 본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고 그동안 매일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스트레스 받고 살이 4kg씩 빠지고 있는 일상이어도 이제는 습관처럼 솔옵맨을 찾아 듣는다. 내 상반기를 견디게 해준 노래이자 뮤지컬. 이제 곧 공연 종료가 다가온다는데 하반기에 또 다른 버팀목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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