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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ㅐ Apr 26. 2021

너무 잘하고 싶어서 잘 안되는, 연애와 취업

스물여섯의 기록 - 연애

"태초에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인간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진리와도 같은 말을 볼 때면 나는, 그 진리를 거스르려고 할 때도 있다. "태초에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 그럼 나는 최초로 완전한 존재의 인간이 되어보자! 처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렇게 거스르려고 한다는 것은 현실보다 이상을 꿈꾼다는 것인데, 지금보다 어릴 때는 이상을 꿈꾸는 것이 마냥 설레고 당찼다. 하지만 점점 이상을 가지려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그게 입밖으로 나와지는 건 적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현실에 마주친다는 말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니 이러하다.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곧 부족한 부분이 없어지길 바란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스물여섯의 지금 나이에 가장 완벽해지고 싶은 부분이 '연애'와 '취업'이다. 나에게 있어서 '연애'란 '이성친구에게 새로운 관계로서 맺을 수 있는 배움'을 뜻하기도 한다. 이 역시 조금 고급스럽게 표현해서 그러한 것인데, 그러니까 단순히 남녀가 하하호호 웃으려고 만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대방인지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듯하다. 나에게 있어서 '취업'이란 아직까지 모태솔로와 같은 기분이다. 도대체 취업이란 어떤 것일까? 어쩌면 이 질문에 답을 정말 몰라서 겁을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 질문에 답을 너무 잘 알아서 겁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스물여섯의 현재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것은 '연애'와 '취업'이다.


먼저 '연애'를 잘하고 싶은 이유와, 잘하고 싶어서 잘 안되는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내가 '연애'를 잘하고 싶은 이유는 너무 분명하다. 나는 사람한테서 얻는 안정감이 중요함을 매번 느낀다. 그런데 그 중요함이 동성이 아닌 이성친구에게서 느끼게 되면 사뭇 느낌이 다르다.


나에게는 20년지기 친구가 한 명있고, 또 2년밖에 안만났지만 저 20년지기보다 나를 더 잘아는 형이 한 명있다. 나에게 이 둘은 아주 소중한 존재다. 왜냐하면 만날 때마다 이들에게 내가 의지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화를 하면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속에서 너무도 배우는 부분이 많은 둘이다. 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가 앞으로 만날 인간관계에서의 총량이 1,0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둘에게 얻는 안정감과 행복감, 그리고 배움의 기쁨은 1,000명에게 얻는 그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이 둘은 내게 '친구'의 존재이다. 말 그대로 친한 사람이자, 나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그러니까 애써 시간을 내지는 않지만, 애써 시간을 만들어서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고 싶은 그런 친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서 '여자친구'의 존재는 다르게 다가온다. 친구와 별개의 관계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모든 연애가 '불완전'했던 것 같다. 반대로 '불완전한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까지 '불완전'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다보니 거기서 문제가 또 발생되곤 했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맺는 관계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런데 나는 그 불완전한 관계를 거스르려고 했기에, 지금까지 내가 맺어온 연애의 관계에서는 모두가 '불완전'했을 것이다.


어제 오랜 여사친을 만났다. 알고 지낸 기간은 길지만, 보고 지낸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나와 여사친에겐 그 이상으로 서로를 잘 아는 무언가가 있다.(그래서 나를 조금 더 떨어져서 바라봐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자세가 내게도 필요해보인다.) 여사친에게 지금까지 나의 연애를 말했더니 내게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평소 나를 앞에서 욕하면 당황하지 않은 척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면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여사친은 "여자친구도 똑같은 인간관계야. 그리고 네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소중한 인간관계로서 다가가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여자친구는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고, 여자친구만큼은 특별한 존재라서 다르게 대하니까, 그러니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너 스스로만 생각하고, 너가 생각한 너만의 입장을 여자친구에게 기대하거나 들이대려 하면 그게 이기적인 거야."라고도 말했다.


앞서 말한대로 나는 내앞에서 내 욕을 하면 당황하지 않은 척하면서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이번엔 적잖이 당황했고, 당황한 순간과 동시에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지난 날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 연애는 '불완전'했다. 이렇게 글로써 내 연애들이 '불완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항상 오답노트(정말 공책에 볼펜으로 쓰는 오답노트가 아니라, 침대에 누워서 지난 날을 반성하고 자책하는 행위 등)를 쓰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오답노트를 쓰면서 지난 날의 연인들과 헤어진 이유를 돌이켜 보면 이렇게 내가 가진 이기적인 생각이 큰 몫을 차지했겠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헤어진 경우들을 돌이켜 보면 내가 상대방을 안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or 상대방이 나를 안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가 아니었다. 내가 상대방을 너무 좋아해서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쏟은 애정이 부담이 되었거나 or 내가 먼저 정을 주고 나니 어쩔줄 몰라서 받은 정을 되려 더 많이 주려고 나에게 쏟은 애정이 나에게 부담이 되었을 때 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지금까지 내 연애는 '불완전'했다. 잘하고 싶어서 그 어떤 관계보다 시간과 정을 쏟았지만, 그 어떤 관계보다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그 어떤 관계보다 더 많은 정을 쏟았기 때문에, 그래서 '불완전'했다.


앞에서 말한 2년을 만났지만 나를 너무도 잘 아는 형이 그랬다. "힘 좀 빼, 임마" 여전히 힘 빼는 것을 모르겠지만, 형 앞에서는 알겠다고 했다. 나에게 형은 그런 존재고, 형에게도 나는 그런 존재고, 우리 서로에게도 그런 관계기 때문에 그냥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여자친구가 내게 "힘 좀 빼, 자기야"라고 했다면 나는 또 기대에 못미쳤다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이게 내가 잘하고 싶어서, 잘 되지 못한 연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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