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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Jan 06. 2024

새해 첫날에 들이닥친 지진에 위로를 전합니다.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모든 피해지 여러분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일본인들의 연말연시는 소박하지만 조촐하지는 않습니다. 일본도 연말연시 연휴동안 고향으로 돌아가 지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건 연말연시 연휴가 12월 29일부터 1월 8일까지 정말 부러울 정도로 꽤 길기 때문입니다. 5월 골든 위크와 더불어 가장 긴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 만큼은 해외여행을 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자...한해의 마감은 그동안 마음 속 찌꺼기를 없애듯 일본인들의 새해 준비는 연말 대청소(大掃除)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맞이하는 12월 31일(오오미소카·大晦日).



약속이나 볼일로 외출하지 않는다면 일본사람들은 대체로 집에서 보든 안보든  NHK의 홍백전을 틀어 놓습니다. 올해는 특히 한국 k-pop가수들이 대거 참석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죠. 





홍백전은 제야의 종소리를 들어야하니 자정 전에 끝납니다. 그리고 자정,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혹은 혼자, 우리를 괴롭힌 수많은 번뇌를 삼키듯 108번을 치는 제야의 종(除夜の鐘)소리를 들으며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먹습니다. 하지만 꼭 이 시간에 맞춰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먹기가 힘든 사람들이 많아 31일의 저녁을 소바로 먹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라는 게 뭐 특별한 음식이 아닙니다. 메밀을 소바(そば)라고 하는데 우동 대신 삶은 메밀면을 따뜻한 국물에 넣어 먹는 음식입니다. 물론 우동 국물과 소바 국물은 만드는 방법이 약간 다른데 아마도 메밀이 좀 쓴맛이 나기 때문일 겁니다.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먹는다는 최초의 기록이 1756년 간행된 비후니치로쿠(眉斧日録)에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이 시기부터 이 토시코시 소바를 먹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해를 넘긴다는 토시코시(年越し)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는 해를 넘기면서 먹는 소바입니다.


한 해의 끝맺음과 새해의 시작을 메밀국수와 함께하는 것에 대해 대략 4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1. 모밀면이 잘 끊어져 액운을 끊어내고(厄払い) 새해를 맞이한다.

2. 가늘고 긴 메밀로 장수를 기원한다.

3. 메밀은 땅이 척박해도 빠르게 잘 자라는 작물로 메밀의 생명력을 건강에 비유한다.

4. 예로부터 일본의 금세공은 메밀가루를 반죽해 경단 모양으로 만든 후 거기에 금·은가루를 붙이고 물에 넣어 메밀가루를 녹여 금·은가루를 채집했다. 이런 전통으로 메밀은 금전의 운을 부르는 길조(縁起物)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토시코시 소바(年越しそば)를 남기면 한 해의 액운이 다음 해까지 이어지게 되므로 꼭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신사참배를 하러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로 잠을 자고 설날 아침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진 새우, 계란, 전복, 다시마 등의 식자재로 만들어진 설음식(おせち料理)과 우리의 떡국에 해당하는 오조니(お雑煮)를 먹습니다. 그런데 이 오세치요리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서 가정에서 만들지 않고 사거나 주문하여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세치요리


 오조니(お雑煮)에는 아마테라스신을 상징하는 네모난 모양의 키리모치(切り餅) 떡을 석쇠에 굽거나 아니면 닭고기 국물에 야채를 넣어 끓여 먹는데, 국물 내는 방법은 지방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일본은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세배도 하지 않지만 어린아이들은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세뱃돈(お年玉)은 받습니다. 





아침 식사 후 가까운 신사, 혹은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신사의 부적을 사러 유명한 신사에 가서 참배하는데 이를 하츠모데(初詣)라고 합니다. 신사에서 한해의 무사를 기원하며 참배한 후 그해의 운수를 점치는 부적(おみくじ)을 뽑는데 좋지 않은 운이 나오면 나무에 묶어 두고 옵니다.


 우리는 새해에 가족 행사외에는 특별한 행사가 없어서 찾아와주거나 함께할 가족이 없으면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하지만 일본은 가까운 신사에 가면 다양한 볼거리 먹을 거리 등이 즐비하여 함께할 친구 한명 없어도 제법 쓸쓸하지 않게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즐거워야 할 올해 새해 첫날, 이시카와현 노토반도(能登半島地震) 일대를 7.6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1월 3일 기준  7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아마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들도 많아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도 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쓰나미 경고가 발령됐는데, 무엇보다 강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부디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피해를 보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신의 가호가 모든 분들에게 가 닫기를 가족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이들의 눈물을 씻어주는 기적이 일어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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