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지 말고 수능 대박!”
대입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은 남북대치상황 속에서 군사 훈련을 중단시킬 만큼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능 날 오후에는 영어 듣기 평가를 위해 항공기 이착륙도 35분간 정지되고, 기업들은 수험생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출근 시간을 늦추는 것은 물론 주식 시장 개장도 한 시간 늦춰집니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이 희한한 광경은 매년 해외에서 화제가 되곤 하는데 블룸버그 통신 말대로 수능 날은 한국이 '셧다운'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일본에서 유입된 교육제도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정권마다 좋다는 입시제도를 들여와 이제는 거의 누더기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일본도 한국 못지않은 학력 중시사회이지만, 우리처럼 모든 고등학생이 입시에 열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또한, 유명 사립대학들이 동경에 많이 모여있기는 하지만, 모든 학생이 동경에 있는 대학을 행해 돌진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잡대라는 말은 일본에서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메이지유신 이후 지역마다 건립된 8대 국립대학은 지금도 각각의 분야에서 명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가 공무원이나 전문 관료를 육성하는 도쿄대(東京大), 일본어는 츠크바대학, 철학은 교토대학, 의대는 동경의대와 더불어 오사카대학, 로봇공학은 나고야대학, 고고학은 큐슈대학 뭐 이런 식이죠. 지역 불균형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 일본은 그 지역 출신학교 학생들은 주로 그 지역에서 취직합니다.
우리의 입시제도는 잘 알고 계실 테니 일본의 입시제도를 알아볼까요? 일본의 입시는 대학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크게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공립대학에 입학하려면 「대학입학 공통테스트(大学入学共通テスト)」라는 걸 봐야 하는데, 이 시험은 국가가 정한 30과목 중 6개의 필수과목(국어·지리역사·사회윤리(公民)·수학·이과·외국어)과 2개의 선택과목(이과1을 선택한 경우는 3과목)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각 대학이 실시하는 2차 시험을 보게 되지요. 사립대학은 시험일이 같지 않아 제한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는데, 「공통테스트」 점수로 뽑는 학교도 있고, 국·영·수, 혹은 논술 등 특정 과목을 지정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시험을 보지 않고 고등학교 학업 성적이나 활동 내용·성과, 서류 심사·소논문·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런 방식은 국공립대보다는 주로 사립대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처럼 종합전형으로 입학하는 예도 있는데, 소논문, 프레젠테이션, 구두시험, 실기, 지정과목 시험 등으로 뽑는 경우입니다.
일본으로 유학 가려는 학생들을 뽑는 방법을 「유학생을 위한 특별선고(留学生のための特別選考)」라고 합니다. 일본으로 유학을 하려면 일본 유학시험(eju), 일본어능력시험, TOEFL, 필기시험, 소논문(일본어) 등이 필요한데 이게 모두 다 필요한 건 아니고 학교마다 요구하는 바가 다릅니다. 이 중에서 일본 유학시험(EJU)이 가장 중요한데 국공립대학에 가려면 필히 이 시험을 봐야 합니다. 이 시험은 당락보다 수능처럼 시험점수가 중요합니다. 유명 사립대학 중에서도 일본 유학시험(EJU)을 요구하는 학교들이 많습니다. 일본 유학시험(EJU)은 매년 6월과 11월의 연 2회 실시되는데 과목은 4과목으로 이 중 3개를 선택해야 합니다.
일본어(독해, 청독해, 청해, 기술 450점)
종합과목(사회 200점)
이과(물리, 화학, 생물 중 2개 200점)
수학(코스 1, 2 중 1개 200점)
단 이과와 종합과목은 동시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는 물리·화학·생물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립대학도 52%가 일본 유학시험 수험을 필요로 하니 아무래도 이 시험을 보는 것이 운신이 폭이 넓을 겁니다. 문과는 일본어, 종합과목 및 수학 코스1을 이과는 일본어, 수학 코스 2 및 이과 2과목을 봐야 합니다.
덜 힘들고 더 힘들 수는 있어도 입시는 모두 고되고 힘듭니다. 유학을 가든 한국에서 대학을 가든 지금 당장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없다고 조급해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의 인생은 시작된 것이고 길은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