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대선은 ‘접전’으로 예상하였지만, 결과는 가벼운 완승이었습니다.
우리가 미국 대선에 관심을 두는 건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아 있는 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정부와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입니다. 당장 일본 시장은 빠르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가 밝혀지기 전부터 닛케이 평균 주가는 급상승하며 일시적으로 1100엔 이상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엔 달러 환율도 151엔에서 154엔까지 올라 엔화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양대 축은 ‘감세’와 ‘관세’입니다. 2017년 도입된 세금 감면 조치를 연장해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의 법인세를 낮춰 더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와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 인하하겠다고 합니다. 사회보장 연금 수령액에 대한 세금도 폐지하여 미국 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을 가속하려는 목표입니다. 감세로 줄어든 재정적자를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10%부터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해 상쇄한다는 방침인데,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나 일본의 수출기업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재임 당시 일본은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농산물의 관세 인하 등 대폭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받아 일본은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했습니다.
최근 미국은 기록적인 물가 상승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4년 반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 감세로 소비와 투자가 늘어 내수가 살아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FRB는 향후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워지고, 그러면 외환 시장에서는 금리가 높은 달러를 사고 파는 엔저 현상이 더욱 가속할 거라는 게 일본 측 견해입니다.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엔화가 진행되면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은 상향되겠지만, 한편으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보호주의정책에 따라 수출에 유리하도록 달러 약세를 지향한 경우 외환 시장에서 엔고 방향으로 움직이기 쉬워진다는 견해도 있어, 금융 시장은 트럼프의 향후 발언이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향후 경제·물가의 정세를 보면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트럼프의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예상 이상으로 과열해 엔저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 일본 국내 물가 상승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트럼프 당선에 따른 트럼프 정권에 대한 지나친 경계는 불필요할 겁니다. 제가 이번 대선에서 주의 깊게 보았던 것은 미국의 젊은 유권자, 특히 젊은 남성들이 보수화되었다는 겁니다. 많은 여론조사는 해리스가 제기한 낙태 문제로 여성 유권자의 표가 흘러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강한 미국 만들기’, ‘경제 살리기’가 더 큰 관심사였던 겁니다.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완전히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가을에 하버드대학 케네디정치대학원의 정치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Harvard Youth Survey’는 보수파가 26%, 온건파가 48%였다고 합니다. 보수가 강해진 배경으로 이 세대가 코로나 감염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세대라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젊은이가 진보라는 생각은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 거죠.
그뿐만 아니라 흑인의 약 40%, 히스패닉계의 43%가 불법 이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벽을 건설하는 것을 지지하고, 흑인의 41%, 히스패닉계의 45%가 불법 이민의 강제송환을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외로 백인 미국 남성이 아닌, 젊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겁니다. 트럼프의 반이슬람과 반이민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젊은 남성들은 지나친 평등·다양성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반면 젊은 여성들은 낙태권 폐지 논란 등 진보 색이 더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의 선거가 우리를 비롯한 세계 정치·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고, 나아가 미국 사회나 우리나라나 남녀 간 심리적 틈새도 더 벌어져 갈등의 골이 심해지는 사태만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