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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경 Mar 28. 2023

어느 날 BTS의 늪에 빠졌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에 특별히 빠져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좋아하는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 배우가 있기는 하지만, 찾아다니면서까지 즐기지는 않았죠. 시간적인, 심적인 여유가 없어서이겠지만,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그 무언가가 내 안에서 사라져서 일 겁니다.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저의 일상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집콕을 강요당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기 위해 OTT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애니메이션, 아이돌 노래, 힙합 등을 함께 듣고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1인치 정도의 자막의 벽’에 갇혀 이런 것은 ‘내가 누릴 문화는 아니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거다’ 등과 같은 편견에 사로잡혀 지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의 일상 중에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은 ‘방탄소년단’ 음악을 듣는 일입니다. 아주 오래전 「록(ロック)」에 빠져있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방탄’의 음악을 즐기고, 빠져 있습니다. 빠진다는 일본어로 하마루(はまる,嵌まる·塡まる)라고 하는데 한자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단어의 의미는 1. (구멍 등)에 끼이다, 빠지다 2. 함정에 빠지다: 와나니 호치루(わなに落ちる) 3. 조건에 맞는다: 죠켄니하마루(条件にはまる) 4. 역할과 어울리다: 야쿠니 하마루(役にはまる) 등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 포털에서 「어느 날 BTS의 늪에 빠졌습니다(ある日, BTSの沼に落ちました)」라는 만화를 읽고 전 그야말로 빵 터졌습니다. 작자는 “스스로도 곤혹스럽지만 마치 오토시아나(落とし穴, おとしあな, 함정)에 빠진 것처럼 BTS에 빠져들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시(推し), 아시카츠(推し活)는 물론 아이돌(アイドル) 음악이라고는 거의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좋다(いいな!) 누구?(だれ?)”라는 생각에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BTS의 노래였고, 이후 뮤직비디오를 찾아보면서 BTS의 노래와 춤, 완벽한 퍼포먼스에 빠져들게(のめり込む, 노메리코무) 되었다는 거죠. 



*아시(推し, おし: 아이돌이나 캐릭터 등을 추천할 만큼 좋아하는 것, 혹은 추천하는 행위)

*아시카츠(推し活, あしか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를 열심히 응원하는 활동)



BTS에 빠져드는 과정을 만화로 그려 ‘체조부 언니’라는 아이디의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된 47세 일본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벗어날 수 없다고 깨달았을 땐 이미 누마오치(沼落ち, ぬまおち, 늪에 빠져들 듯이 점점 좋아져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의 상태였다고 합니다.



저도 그분과 마찬가지로 BTS에 누마오치(沼落ち) 상태입니다. 어릴 때 좋아하는 음악에 열광하던 마음과는 결을 달리한 팬심이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노래하는 BTS의 새로운 행보를 응원하고 솔로 활동도 적극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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