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다. 교실에 들어서면 24개의 책상이 눈에 들어온다. 학생들의 자리는 정해져 있지만 고정적이지는 않다. 자기 물건에 애정이 많은 수정이의 책상에는 오늘도 리코 인형과 흰색 볼펜, 캐릭터 반지, 자잘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나는 뒷문을 열고 들어와 학생들의 공간을 지나 나의 자리에 간다. 컴퓨터를 부팅하는 동안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아침 쿨메신저는 날마다 빼곡하다. ‘아침방송시간 학생자치회에서 만든 ‘비 오는 날’ 영상 보기, 2교시 중간놀이 시간 긴급 부장회의, 3교시 강당에서 1학년 인형극 관람, 1~4교시 4학년 생존수영, 6학년 3,4반 영어캠프, 3시 전교사 청탁금지 관련 연수, 녹색 지갑이 교무실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교사는 스스로 ‘수업의 프로’라고 생각하면서 교실에서의 삶을 지켜 나간다. 교사는 교실 수업에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 동기를 높여라. 학생들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집단을 구성하라. 학생들의 이해와 사고를 돕는 적절한 발문을 하고, 의미 있는 수업자료와 매체를 활용하라. 상황에 적절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수업 전략으로 하루하루의 수업 경험을 누적하면서 나만의 창의적인 수업을 이끄는 프로가 천천히 되어간다. 그러나 쉽지 않은 노릇이다.
5교시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렸다.
“바른 자세-” 선생님은 엄중한 목소리로 한 학생에게 시선을 집중하면서 수업의 시작을 알린다. 학생들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선생님을 바라본다. 친구들과 놀면서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기분 좋은 점심시간이 막 끝난 터라 수업 분위기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선생님과는-” 꽤 단호한 목소리로 말끝을 맺으면 학생들은 “눈 맞추기, 박수와 칭찬, 재미있게 공부하겠습니다.”하고 외친다. 칠판 왼쪽에 게시되어 있는 ‘교실 세우기’ 급훈이다. 학기 초에 학생들과 함께 정한 수업의 시작구호다.
“그래요, 교과서 37쪽을 펴세요. 오늘 공부는 이 그림과 관련 있어요.” 교사의 5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4학년 미술수업이다. 찰흙으로 ‘움직임이 있는 인물 만들기’인데, 6교시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의 놀이’라는 피터 브뢰겔의 명화그림을 활용한다. 명화그림에는 250여 명의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자, 그림 속에는 어떤 놀이들이 있나요? 굴렁쇠 굴리기, 팽이치기, 술래잡기, 그네뛰기, 기차놀이, 빗자루로 균형 잡기… 그래요. 이 번 시간에는 놀이 장면을 찰흙으로 표현하는 공부를 합니다. 먼저 개인작품을 만든 다음, 모둠작품을 완성할 거예요.
작업 활동이 시작되면 교사는 경쾌한 동요를 낮은음으로 재생한다. 왁자한 아이들의 소리는 음악과 섞여서 한층 더 즐겁다. 더디어 작품이 완성되었다. 학생들은 차례대로 모둠의 작품을 들고 나와서 실물 화상기에 올린다. 모둠 작품이 전자칠판에 나타나면 학생들의 웃음은 한바탕 이어진다. 친구들의 작품을 보고 잘된 점,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대답한다. 활동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이야기한다. 박수와 칭찬이 이어진다.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 작품을 옮기면서 수업이 마무리된다.
3시에 시작한 교직원 연수를 마치면 퇴근시간이 가깝다. 선생님의 책상 위에는 학생명렬표와 기록물들, 필기구가 너저분하다. 학생들이 앉았던 책상은 줄을 잃었다. 수정이의 책상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칠판 옆에는 시간표와 안내문도 그대로 붙어 있다.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는 오늘 작업한 인물 작품이 웅기종기 전시되어 있다. 교사는 ‘찰흙의 양을 좀 더 많이 줄 걸. 작품의 크기와 인물 모습이 단조롭네.’ 하면서 아쉬운 생각을 한다. 하루 일과로 지친 교사는 오늘도 교실에서 나만의 수업을 만들며 조금 더 성장하였고, 조금 더 프로가 되었다. 창밖으로 넓은 하늘과 나무들이 흑백으로 보인다. 어둠이 내리고 있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