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인 Nov 30. 2021

수능을 마치고 불안과 여유가 함께 합니다.

수능을 마친 엄마의 마음



수능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내셔널지오그래픽 보며 마라탕 먹기





2003년 양띠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올해 고3이 되어 수능을 보았다. 11월 18일이 다가올 때까지 마음을 조리며 나는 기도를 하고 아이는 수능을 준비했다. 수능 준비가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이를 보면서 공부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1. 점심 준비하기

고3 때는 학교에서 보는 모의고사가 5번의 모의고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점심을 도시락으로 싸면서 자신에게 맞는 메뉴를 선택했다. 아이는 새우 볶음밥을 선호하였고 젓가락을 사용하기 싫다며 반찬 없이 볶음밥만 먹고 싶어 했다. 과일 좋아하니 과일 조금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매번 모의고사 때마다 새우 볶음밥도시락을 싸서 먹었는데 수능 전날에 "엄마 나 갑자기 속이 안 좋아져서 볶음밥을 못 먹으면 어쩌지? 그냥 죽 싸갈까?"라길래 혹시 몰라 두 개를 쌌다. 하나는 늘 먹던 새우볶음밥을 싸고 닭죽과 소고기 뭇국을 끓여 아침으로 조금 먹여 본 후 입 맛에 맞는다고 한 소고기 뭇국을 또 싸주었다. 

다행히 당일에는 속이 괜찮아서 새우 볶음밥을 먹고 소고기 뭇국을 조금 더 먹었다고 했다. 



2. 유제품 끊기

갑자기 고3이 되면서 아이는 유당 불내증이 생겼다면서 유제품을 집에서만 먹었다. 엄청 무던한 아이였고 제일 좋아하는 음료가 우유여서 피자도 우유랑 먹는 아이인데 올해 그러는 거 보니 내 생각에는 잠시 그러고 말 것 같았는데 아이는 수능 보기 1달 전부터는 우유를 끊었고 혹시 몰라 빵도 안 먹었다. 그리고 1~2주 전부터는 좋아하는 마라탕도 안 먹으면서 매운 음식도 끊으며 장이 편할 것을 고대하였다. 이런 노력들이 부디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길 기도하였다.



3. 기도하기

초등 때까지는 성당을 열심히 잘 다니던 아이가 중 1에 이사를 하면서 본당이 바뀌자 성당을 안 다녔다. 그러더니 고3이 되면서 반지함에 있던 나의 오래된 묵주반지를 꺼내 끼어서 조금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하면서 기꺼이 내어 주었다. 아이가 기도를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이의 마음이 편했길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대축일에 성당에 갔고 수능 미사 때 신부님께 안수를 받고 수능을 보러 갔다. 원래 성격상 긴장하지 않는 아이라 수능 당일 아침에도 별로 긴장이 안된다며 "엄마 나는 도대체 어떨 때 긴장이 되는 걸까?"라며 이야기하고 수능 보는 학교로 들어갔다. 그래도 교실에 들어가 앉으면 긴장되겠지 싶어 그 기도들이 아이의 평정심을 되찾아 주길 바랬다.



4. 옷 코디하기

고2 겨울 방학 때쯤 패딩을 살 시기가 되어서 후년 고3 때 따뜻하게 수능을 보러 가야 하니 보온성이 높은 롱 패딩으로 구매했다. 올해는 여느 때와 달리 수능 한파가 없어서 영상 온도의 수능날이어서 굳이 롱 패딩이 필요 없었지만 무릎담요용으로 가져갔는데 안 썼다고 했다. 그리고 편안한 고무줄 바지와 얇은 옷 여러 겹을 레이어드로 전 날 준비해 두고 잠들었다. 평상시 즐겨 입는 편한 스타일이 최고라면서!



5. 수면

아이는 중학교 때는 평상시에 일찍 자고 시험기간 1주일 전에는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시험 보러 가는 패턴으로 수면을 취했다. 잠이 워낙 많은 아이라 밤에 일찍 자도 아침에 일어나는 걸 힘들어해 등교 시간에 깨우는 것이 나에겐 너무 힘든 일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고도 그 패턴을 그대로 하는 것 같았는데 고 3 되면서는 11시에 샤워 후 잠들어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에 학교 가는 패턴으로 바꾸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참 기특했고 그 패턴을 잘 유지했다. 고3은 코로나 시국이었지만 매일 등교했으니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수능 2주일 전쯤부터는 10시에 잠들었다. 그러나 수능 전날은 새벽 1시까지 방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었으니 본인도 잠이 잘 안 왔나 보다.


5. 기타

글쎄 공부 쪽은 아이가 나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남들이 말하는 수능노트를 따로 만들어 쉬는 시간에 보았는지 아니며 편안하게 쉬는 시간에 정말 쉬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져간 가방이 가벼운 것으로 봐서 무엇을 많이 가져간 것 같지는 않았다. 시침 분침 있는 손목시계를 2개 챙겼고 정답 적어 올 종이를 챙기고, 코로나로 예비소집일에 따로 수험장 방문을 하지 않았으니 전날 밤에 지도로 동선 체크해두고 샤워하고 향기 나는 제품을 안 바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에어 팟을 귀에서 빼지 않던 아이가 수능 당일에는 전자 제품을 일체를 안 가져갔다. 또 고등 3년 동안 어떤 가족여행을 가지 않았던 것도 준비에 포함에야 할 것 같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겠지 싶다. 그래서 우리가 대만을 간 1주일 동안도 혼자 등하교했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캠핑도 못 가고 제주도도 못 갔으니 3년 동안 준비했구나 싶다.



그 외에 내가 모르는 아이만의 준비가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11월 18일 아침 7시경 수험장으로 들어갔다.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나를 만나는데 많은 수험생 무리 속에서 묻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왔다. 실시간 뉴스로 불수능이었다는 기사를 접하였기에 나도 이것저것 물어보지 않고 바로 핸드폰 가게로 데려갔다. 생애 첫 스마트폰을 사주려고!


아이는 공신 폰만 써서 늘 갖고 싶어 하던 아이폰 13 프로를 사주었다. 그리고 먹고 싶어 한 마라탕을 포장해서 집에서 최애 프로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들개 편을 보면서 너무 행복해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마라탕과 아이폰과 내셔널지오그래픽으로 행복해 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너무 행복해지는 걸 느꼈다. 정말 행복이란 건 멀리 있지 않으며 이렇게 일상에서도 늘 함께 했던 거구나. 마음도 몸도 편해지면서 아이가 침대에 누워 핸드폰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직 수시도 정시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점이라 조금 불안한 감도 있지만 지금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같이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인스타 감성 사진도 찍고 맛있는 밥집 가서 배불리 먹은 후 느리게 산책하는 것도 좋고 쇼핑 가서 이제는 운동복이 아닌 언니 같은 스타일의 가방과 옷을 보면서 입어 보고 우리 둘이 깔깔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 12월 10일 수능 성적표가 나오면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 우리 둘이 조금 더 깔깔 웃고 조금 더 맛있는 거 먹고 조금 더 여유롭게 음악 들으며 재미있는 영상 보면서 릴랙스 하고 싶다. 


이제 우리 여행도 가자~~~~

충분히 그럴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석양의 달달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