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들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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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해

갱상도 싸나이였다 그 사내는.


지방 남자들이 서울가시내들의 서울 말씨에 뿅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이랬거든, 저랬거든, 그랬어. 그랬었지. 이런 쏘울 없는 서울 남자애들의 무미건조한 어딘지 깍쟁이스럽고 계집애스러운 말투가 무료하던 나는. 니는... 없노? 없제? 문디 가시나... 하는 왠지 감성 돋는, 감히 나를 살짝 지려주는 그들의 말투는 어딘지 마초스럽고도 남자다운 수컷의 향기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맡아져서 한때, 아주 잠깐 한때 단지 그들의 무례한 말투에 뿅 간 적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나와는 달리 행동력이 남다르던 친구는 로망을 곧 실현의 단계로 급하게 선회했고 그 결과 과에서 사투리를 오지게 쓰는 그를 남자 친구로 픽했다. 실험실에서 모루모투를 고르듯.


고등학교까지 가까운 동네 아이들과 학교를 다니던 탓에 타지인들과는 섞여 보지 못했던 청춘들은 대학을 들어가면서 갑자기 섞여버리는 문화충격에 그 신선함이 때로는 큰 오해를 낳기도 하던 때였다.


사내는 남자답게 못생겼고 뚱뚱하게 듬직했다. 그의 비주얼은 지구상에 단하나 남은 남자라해도 쉽게 용서 할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때론 감정이 현상을 지배하므로 똑같은 외모라도 남자답게, 잘생기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남자가 있고 그랬다면 뚱뚱함 또한 듬직함으로 눈감아 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어머나! 고향에 여자 친구까지 있어주셨다. 이미 여친이 있는 몸이면 다가오는 인연에게 철벽을 치던지... 그게 아니라면 멋모르고 덤비던 한 살이라도 어렸던 그녀를 잘 타일러 돌려보냈어야 옳았다. 그의 웬 떡이냐를 그의 몸짓에서 나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간파할 수 있었다. 그녀도 그렇다. 처음엔 몰랐다고 쳐도 나중에 여자 친구의 존재를 알았다면 늦지 않게 돌아서야 했다. 둘은 정상적인 연인의 범주에 들수 있었던 그 충분했던 모멘텀을 모르는 척 넘겨버리고 주변정리 없이 사귀게 되었다. 둘 다 상도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빗나가버린 그녀의 삔뜨는 엉뚱한 곳에 꽂혀가고 있었다.


역시, 잘생긴 것들은 인물값을 하고, 못생긴 것들은 꼴값을 한다더니... 나의 예상을 한치도 빗나감 없이 시행 중이셨다 내 면전에서. 둘이서나 꼴값을 떨 일이지 왜 나는 그 자리에 불러내 술을 사 먹여 가면서 그 짓을 관람하게 한 건지... 둘은 발정 난 생명체들처럼 내 앞에서 딥키스를 해댔고 서로를 애기야 자기야로 남발하며 나를 닭살 돋게 했다. 그 주접덩이리들 앞에서 나는 고개를 모로 하고 방언처럼 터져 나오는 욕을 곱창과 소주로 소독해야 했다.


"글쎄 그 미친... 고향의 지여자 친구는 안으면 폭 안기는데 나는 뻣뻣한 게 안기는 맛이 없다고 그러는 거 있지?"

"글쎄 나는 네가 더 미친 거 같다. 그런 쓰레기를 뭘 보고 만나... "


이미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귀마개가 콩깍지와 함께 씌여져 있었던 때라 지가 지입으로 지 남자 친구가 미친놈인 것을 인증해가며 알 수 없는 <연애>라는 수렁에 빠지고 있는 중이었다. 시종일관 No를 외치고 있는 나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은지 오래였다.


그러다 급기야는 더 이상은 봐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주야... 그 미친... 내 지갑에서 10만 원을 훔쳐간 거 있지?"

"설마 그랬겠어? 니가 착각한 거 아니야? "

"아니야 분명히 20만 원이 있었어. 그전에 택시비 하려고 편의점에서 바꾸려다가 수다 떨다 까먹고 술값을 계산하려는데 10만 원짜리 한장이 실종됐어. 그와 단둘이 술 마셨는데...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이런 양아치..."


부르르 떨던 그녀는 같은 방법으로 남자의 지갑에 손을 대서 그 돈으로 이별주를 사 마시고는 딸랑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남자에게 빅엿을 날리며 이별을 고했다.

" K. 오늘은 니가 좀 계산해라. 남자가 쪼잔하게 맨날 여자한테 얻어먹지 말고. 지갑에 돈도 많더만. 니 손가락이 부러진 거 같아서 오늘도 계산은 내가 한다. 니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너무 억울해말고 딱 10만 원어치 만 먹었어. 저번에 니가 빌려간...!"

일이 송사로 번지지 않은걸 보면 그녀의 오해만은 아니었던 걸로.


그녀는 이별의 의식을 치른다며 혼자 상복처럼 검은 원피스를 일주일간 입고 등교함으로써 그녀만의 이별의식을 치르고 다녔다. 어우 또라이...


사투리 로망에 똥바가지를 쓴 그녀는 다시는 시덥지 않는 로망에 목숨따윈 걸지 않았고 뼛속부터 서울 태생인 남자를 만나 무례하지 않는 연애를 거듭하며 사람을 사람으로 땜빵하며 실연의 상처를 잊어가고 있다는 소식만 간간히 들었다.


나? 나는 그녀를 통해 로망의 덪없음을 간접경험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보니 경상도 남자를 만나 잊고 지내던 오랜 로망을 나도모르게 실현하고 살고 있다. 우리신랑은 나를 절대로 <문디가시나>로 부르지 않던 걸? 그도 그럴것이 그는 서울말과 경상도 사투리를 상대에 따라 기가막히게 구사할 줄아는 멀티 바이링구얼이였던거다. 대신 타지의 갬성은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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