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한 무녀처럼...
차라리 잡신이라도 그녀를 붙잡았더라면... 그녀. 어쩌면 시크한 무당이 되어 내 곁에 있지 않았으려나...
그녀의 선택을 허락한 신은 무슨 생각을 한걸까...
이리저리 부지런히 병의 원인을 알아보던 때가 있었다. 똑같은 건강검진을 여러 곳에서 해보기도 하고 전문병원에서 각각 부위별로 검사도 해보았다. 아무 원인도 찾지 못했다. 몸은 분명히 뚜들겨 맞인 듯 아프다는데, 가슴은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는데, 머리는 깨진다는데... 아무것도 이상이 없었다.
우울증 약은 그녀에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녀는 몸이 아팠다. 물리적으로. 증상은 우울증인데 우울증 약은 듣지 않자 그녀가 생각해 낸 혹은 그녀의 몸이 생각해 낸 병이 신병이었다. 그쪽으로 생각이 치달리자 갖가지 잡신교스러운 퍼포먼스를 하기 시작했다. 점을 보러 가고 어마 무시한 금액을 치르고는 신끼를 누르는 굿을 하고... 원래 예지몽을 좀 꾸던 그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며 미래를 때려 맞추고 있었다. 얼추 맞았다. 선무당들이 하는 그대로... 있을법한 얘기를 교묘히 돌려 돌려 말하고 맞췄다고 믿는 듯했다. 차라리 그 길로라도 가기를 바랐다. 그녀가 더 이상 아프지만 않다면 가족들은 무당 아니라 더한 것도 감당해보고 싶었다.
시집 올 때 해 입었던 한복을 곱게 입고 어디선가 방울을 사 왔다고 했다. 담요를 네모나게 접어 그위를 무당처럼 방울을 들고 제자리를 높이높이 뛰었다고 했다. 그러는 동안 머리가 뱅글뱅글 돌며 한 순간 몽롱해 지더니 접신이 되었던 것도 같다고 했다. 그녀의 체력은 그 당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술과 담배로 연명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마도 체력의 소진에 따른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 그런 부작용마저 그녀의 짚푸라기가 되어 주었다. 그녀는 그렇게라도 살고 싶어 했다. 무녀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