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deal

그분과의 밀땅

by 조용해

제가 연수 갔을 때 일입니다.


제가 접한 외국은 처음부터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자유가 한꺼번에 주어진 세계였어요. 저를 거기에 가만히 두면 너무 갑작스레 주어진 자유에 눌려 자칫 저를 놓아버릴 것 같았단 말이죠. 그래서 저를 잡을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했어요. 종교로 생각이 굳혀지더군요.


그래서 교회를 제 발로 찾아갔어요. 엄마는 기복신앙에 심취해계신, 해마다 절에 등을 켜서 식구들의 안전을 도모하시며 신년운세를 해마다 돈 줘가며 보러 다니시는 분이셨고 아빠는 종교에 관해 딱히 감흥이 없으신... 덕분에 교회는 성탄절 때 친구 따라 혹은 문학의 밤 행사 정도로만 가보던 터라. 교회 문화는 영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어요 제게. 막상 저를 다 잡기 위해 들어선 곳이었지만 어쩐지 그 문화에 빨리 젖어들기는 제가 고집이 셌었나 봐요.


그렇게 교회 언저리를 맴돌 때 즈음 한국에서 사진을 공부하러 온 친구를 공항으로 픽업 가게 되었어요. 그 당시 한국인이 많지 않아서 서로 돕는 차원에서. 마침 차가 있던 제게 누군가의 부탁으로 그냥 한국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그를.

밤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는데 그를 마중 나가며 그날따라 하늘이 눈에 들어오데요? 하늘도 본 김에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하느님께 철딱서니 없는 딜을 걸었죠. ‘오늘 비행기를 타고 오는 이가 저를 좋아하게 해 주시면 당신을 함 믿어 볼게요. 찡끗’ 이렇게...


정작 저는 그 딜을 까맣게 잊고 교회도 지지부지 공부도 지지부지 그러고 띵까띵까 놀러 다니고 있었고 그와는 픽업해준 인연으로 한 서너 번 정도 만나게 되었어요.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었던 터라 둘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그 아는 부부를 통해 그냥 만나게 되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돌아가는 날 띠딩... 그가 제가 좋다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정말 얼마 보지도 못했는데 손에 꼽을 정도인데... 여기서 제가 치명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느냐? 노노노 저는 평범 평범 세상 평범. 그때 섬광처럼 스치는 생각이 났더랬죠. 어머 이놈의 주둥이.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하느님께 달려갔죠. 장난이었노라고. 정말 생각 없노라고. 그때 나도 장난이었노라 하시는 듯이. 그는 그냥 자기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암말 않고 한국에 돌아가기는 아쉬웠노라고. 부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는 정말 질척거림 한 개도 없이 가끔 안부를 묻는 친구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한동안 편지를 쓰고는 끝.


장난으로 함부로 하나님께 딜을 쳤던 저는 그 후로 속죄의 심정으로 교회를 욜씨미 다녔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지금요? 냉담 중입니다. 조만간 또 한 번의 밀땅을 해보려고요. 그분과...

밀땅은 계속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