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김준한
사각으로 쌓아둔 허공, 삐져나온 종이 한 장
흐물흐물해진 결이 무너질 듯 불안하다
괜찮아! 여린 종이보다 더 많이 젖은 종이 상자
통 큰 슬픔의 무게로
바람이 베어 물지 못하게 꽉 누른다
축축한 오전이 머물던 자리
깊어진 시간의 골, 마른 오후가 들어찬다
한 주먹에 구긴 종이처럼
세월의 악력에 주름 가득해진 노인, 손수레
차곡차곡 눌러 담는 옛 기억들 무거워졌나
어느새 방지턱 넘는 바퀴 꺼져있다
고물상에 하루를 부려놓고 나온 손,
꽉 쥔 바람보다 가벼운 동전 몇 개 지폐 몇 장
저녁을 밟고 서자 멀리서 온 어둠
골판지 같은 이마에 가득 고여 출렁였다
2024. 6 청암문학 신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