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주기 좋은 계절
김준한
겨울에는 보일러를 트니까 현관 앞으로 도망가는 다롱이
여름에는 구석진 자리 대자로 눕는 아롱이인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
새벽이면 옆구리를 긁으며 파고든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오선지 같은 애기들 숨결 위에 내가 좋아하는 트로트를 생각하며 호흡을 찍어 보는데
아 생명이 숨 쉬는 것보다 더 신비로운 게 있을까
이 같은 생명이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진다니
내 열정에 화상 입고 돌아서지 않아도 되는
차가운 이기심에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가장 좋은 계절
어느 사연 많은 여자와 함께 누워
중노동 같은 육체의 대화도 필요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온 세월도 이불 속에 묻고, 가만히 서로의 체온 위에 축축히 젖은 내 숨결을 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