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을 패다

by 김준한

장작을 패다/김준한


하룻밤 온기를 위해 나무를 제단에 올리기로 했다


도끼와 사전모의한 톱날 앞에 바르르 떨던 잎사귀


새를 놓아준 건 날개를 이해했다는 뜻

별에 닿기 위해 밀어 올린 가지 끝이 하늘을 깊게 팠다


짱!

바람을 쪼개는 저 광기의 춤사위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도끼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햇살 스며 도도한 것부터

계절보다 빠르게 스쳐간 시절이 남긴 옹이, 나이테 겹겹이 그어 상처의 집을 이룬 곳


손바닥에 침 뱉으며 마지막 젖은 곳을 향해 허공 번쩍 들어 올리는 도끼


깊어진 몸 안,

그해 여름도 말리지 못한 슬픔


퍽!

자루 끝 얼얼해진 도끼가 허공에 눌려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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