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김준한
풀은 순간에 지나는 바람을 제 몸에 쌓지 않는다
왜 우리는 잡을 수 없는 것들을 기억 속에 쌓는 것일까
욕심 많았기에 수없이 흔들렸던 나날
절망은 부러질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연신 코를 벌렁거리며 풀과 교우하는 아롱이다롱이
불현듯 떠오른 추억을 맡았는지 목줄 당겨도 앞다리에 힘을 준다
저 우거진 사람의 숲 속에도 향기 나는 사람들이 있어 오래 머물고 싶은 풀밭이 있을까
아서라 독초를 피해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산다는 건 짙푸른 봄의 한철
겨울날 모든 것을 떨구고 앙상해진 나무 밑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뒷다리 들고 찍 갈기는 다롱이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진 자리에도 수많은 개들이 오가며 오줌을 갈겨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