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속의 알맹이/김준한
허공의 껍질을 부채로 벗기자 감추어졌던 바람이 드러났다
돌이켜보면 지나온 삶이란 아무것도 잡을 수없는 허공 속을 건너온 것이다
집도 절도 없이
텅 빈 세월 속에 던져진 나는 무엇을 밟고 설 수 있었을까 휘청이는 나를 잡아주는 사랑도 없었건만 무엇을 잡고 지탱했을까
가속도가 붙을수록 뜨거워지는 마찰열처럼 어리석은 욕망 때문에 치열한 속도를 내자
거칠어진 바람이 뺨을 때리고 집착한 사랑이 가슴 후벼 판 것뿐인데 아프다고 외롭다고 징징거렸으니 한심할밖에
천천히 걸어 나가자 부드러워진 바람
그래 내가 만든 허상의 기둥을 꿈이라 착각하며 잡았고 나보다 더 아플 것 같은 자들을 연민이라 오만하며 밟고 일어섰다
멈추면 삶의 마찰 더는 느낄수 없겠지
이 삶을 다 벗기고나면 바람보다 못한 알맹이 하나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