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김준한
강자가 만든 질서에 의해 살아가면서 아직도 선악을 믿니?
선수는 기득권을 가진 흑돌의 권리였어 후수인 백돌은 언제나 수습하며 뒤 따르기 바빴지
집 부족한 가난은 사활이 두려운 미생마
내일은 오늘 보다 나을까 사선 위의 삶을 꿈꾸었지만 언제나 흑의 압박에 삼선으로 밀리기 일쑤였지
대마를 송두리째 죽이는 헛된 꿈은 어떻게 가려낼까
귀퉁이로 내 몰린건 불운이 아니야 투벅투벅 바닥을 기어 온 견고한 삶이었기에 살아남은 거니까
제 잘났다 분수도 모른 채 중앙으로 뛰쳐나갔다가 사석 통으로 돌아오는 돌 여럿 보았잖아
자의가 아니었지만 약한 백이 이긴 적도 있었지
버티고 버텨서 흑의 과욕이 부른 실수를 응징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잖아 기회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비롯됐어 역설적으로
불행도 순전이 자기 탓이야 우린 저마다의 몫을 타고났잖아
과욕에 떠밀린 돌들 궤도를 벗어나면 이 세상의 조화와 균형은 어떻게 될까
사실 반집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건 무의미하잖아
언제나 오만한 돌들이 이긴 줄 알고 웃었고 어리석은 돌들이 졌다고 착각하며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