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by 김준한

장마/김준한


지상의 안부가 궁금해진 하늘이 장문을 쓰기 시작한다

깊어진 사유를 쏟아붓지만 귀를 막은 우산과 눈을 가린 건물, 닫혀버린 문들

곁에 있어도 잡을 수없는 별빛

가슴 가득 물들인 이상은 노을빛을 닮았다

가당치 않게 높은 꿈을 꾼다고 떠나 버린 새들은 땅에서 둥지를 틀었다

오랜 글쓰기에 끝이 풀린 빗줄기는 바람의 잡생각을 이길 수 없다

세로줄을 벗어나 비스듬해지는 문체

맑은 날 빛으로 쓰인 편지도 좋지만 메마른 가슴 향해 생명의 씨앗 움틔우는 이 축축한 언어를

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길가의 나무들이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장마/김준한


지상의 안부가 궁금해진 하늘이 장문을 쓴다

적막한 시간 무겁게 쌓인 사유를 쏟아붓지만 귀를 막은 우산과 눈을 가린 건물, 닫혀버린 문들

곁에 있어도 잡을 수없는 별빛

가슴 가득 물들인 건 닿을 수 없는 태양의 이상뿐

가당치 않게 높은 꿈을 꾼다고 떠나 버린 새들은 땅에서 둥지를 틀었다

오랜 글쓰기에 손아귀의 힘이 풀리면 바람의 잡생각이 밀려온다

지친 손 끝이 세로줄을 벗어나 비스듬해지는 문체

맑은 날 빛으로 쓰인 편지도 좋지만 메마른 가슴 향하여 생명의 씨앗을 움틔우는 이 슬픈 언어를 나는 우산 없이 또박또박 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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