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김준한
그대 품에서 사라지고 싶다
홀로 건넌 그 망망했던 세월도
격랑 일던 분노도,
그대 메마른 가슴에 다 쏟아붓고
거친 파도에 갉혀 모난 마음도
그대 가슴에 닿아 뭉툭해지면
더는 상처 내지 않는 바람이 되리
성숙한 사랑은 유희가 아닌 자아의 완성이다/ 권오대
시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태풍”이라는 이미지로 압축해 보여주면서, 결국은 한 사람의 품 안에서 그 모든 격렬함이 사라지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그대 품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단순한 사랑 고백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해체하고 싶은 욕망에 가깝다. 여기서 “사라짐”은 도피가 아니라, 상처와 분노로 일그러진 자아를 내려놓고 싶은 상태로 읽힌다.
“망망했던 세월”, “격랑 일던 분노”는 화자의 삶이 얼마나 고독하고 거칠었는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상대의 ‘메마른 가슴’에 쏟아붓는다는 표현은 흥미롭다. 보통 따뜻한 가슴이 아니라 “메마른” 가슴이라는 점에서, 이 관계는 서로 결핍을 가진 두 존재가 만난 느낌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거친 파도에 갉혀 모난 마음도 그대 가슴에 닿아 뭉툭해지면
날카롭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변화—즉, 사랑을 통해 자기 파괴적인 감정이 완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구절 “더는 상처 내지 않는 바람이 되리”는 이 시의 핵심이다.
처음의 ‘태풍’ 같은 존재가 결국 상처를 주지 않는 바람으로 바뀌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 된다.
격렬함 → 소진 → 평온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다.
#시_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