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시스

by 김준한

카타르시스/김준한


그 방에 들어가면 상징 한 장 걸치지 않고 가슴에 비유 한 줄 두르지 않은 서술들이 발가벗고 있다

기대가 쏠려 탱탱해진 상상력을 밀어 넣을 때마다

짜릿한 기분을 은유 섞인 신음으로 토하면 좋으련만 아프다 외롭다는 비명만 가득하니 나는 미안해서 더 읽어 나갈 수없다

늘 같은 행간으로 누운 진부한 체위는 일분도 못 버티고 힘 빠져 시들해지는 건 당연지사

습작기 때야 하얀 장딴지만 봐도 피가 감동 끝에 쏠렸지만 세월에 감각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지치고 닳은 관절 때문에 오래 설 수없는 것이다

가려져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은밀한 곳이 될 수없다

길거리에 모두가 발가벗고 다니면 성불감증이 감기보다 유행할게 뻔하다

안 보이던 곳을 힘들게 벗겨 내었을 때 비로소 내 감각에 확 자지러지는 희열, 중독되면 벗어날 수없다

그래서 나는 여자보다 시를 목숨 바쳐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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