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면/김준한
또다시 아침을 켜놓고 어제처럼 진부한 일상을 시청해 나갑니다
간식 먼저 달라며 꼬리로 보채는 아롱이다롱이는 오늘도 우린 살아남았다는 기적 같은 뉴스입니다
채널을 돌리듯 창문을 여니 축축이 젖은 귀퉁이를 껴입은 가로등이 마이크를 들고 우두커니 선 특파원처럼 밤새 비가 내렸단 소식을 전합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속보 한 줄이 굵은 필체로 새겨집니다
(오늘 비가 와서 일 못 한다)
오늘의 끼니를 저만치 밀어낸 우울기류가 저 멀리 산등에 걸립니다 밤새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절명한 벚꽃들
도도했던 나의 인연들은 지금 어느 세월의 바닥을 뒹굴고 있을까요
해가 뜨면 아무 일 없다는 듯
젖은 거리 위로 걸어 나오는 사람들 살아남은 벚꽃이 저리 눈부신 건 언제 질지 모를 두려움이 전보다 깊이 허공을 팠기 때문입니다
아롱이다롱이는 금세 잊었다는 듯
빈 그릇을 핥으며 다음 뉴스를 기다리고
나는 리모컨도 없이 하루를 넘깁니다
가끔은 화면이 꺼진 줄도 모르고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내가 지금 어디쯤 살아 있는지 묻습니다
비에 씻긴 공기 속으로
몇 개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대답 대신 꽃잎 하나가 더 떨어질 뿐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속보 하나
우리는 여기까지 흘러왔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