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오른다/김준한

by 김준한

문장을 오른다/김준한


계단을 읽는다 위로 쓰여진 행간이 가파르다

한 칸 두 칸 단어를 디딜 때마다 의미를 해석하기 위한 숨이 가빠진다 팬은 잉크를 소모하고 읽는 이는 관절을 마모시킨다 이 장문 끝에 광활하고 적막한 결론이 펼쳐 있다는 걸 안다


웃으며 죽는 이는 몇이나 될까 많은 이들은 슬픔이란 결론 뒤에 마침표를 찍진 않을까 이해할 수 없는 단어 앞에 무릎이 욱신거린다 진도를 멈추고 세월의 뒷장으로 돌아간다 조급함에 놓친 글귀들 건너뛴 계단이 자주 낯설다


흐려진 하늘이 오늘의 주제를 허공 위에 써 내릴 모양일까 헛디딘 발, 쉼표와 마침표 사이 걸터 앉으면 떠오르지 않는 상징이 사유의 발목을 잡는다 공감한다는 건 누군가 먼저 밟고 간 시간 위에 나를 포개는 일인지도 모른다


도달하지 못한 문장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한 칸 두 칸, 아직 쓰여지지 않은 높이를 향해 허리를 펴는 것은 조금 더 늦게 무너지기 위해서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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