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by 김준한

식목일/김준한


그대 가슴에 나를 심고 싶습니다

하루 끝에 떠오르는 이름으로

아무도 모르게 뿌리내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한 그루의 나로 그대 안에 살고 싶습니다


그대가 우는 날이면 더 짙은 내 그림자에 그대 슬픔 가려주고 햇살이 따스한 날에는 조금 더 푸르게 웃으며 계절마다 다른 빛으로 머물겠습니다


그대의 밤이 길어질 때면

나는 별빛처럼 스며들어 빛나는 위로가 되겠습니다


말없이 지나간 시간들 사이로

작은 숨결 하나 남겨두어

그대가 혼자가 아님을

아주 늦게라도 알아차리게 하겠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다시 물이 되어

그대 마음 깊은 곳을 적시고

메마른 기억의 틈마다

조용히 초록을 틔우겠습니다


혹여 이별이 와도 낙엽처럼 조용히 내려앉아 그대의 기억 속 어딘가에 흙이 되어 남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대가 나를 떠올리지 않는 날이 오면 나는 더 깊은 흙 속으로 스며들어 그대의 삶이 흔들리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뿌리로 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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