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세탁하다
김준한
언제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던 걸까
슬픔이 탈수된 옷,
나를 결박한 세월의 구덩이에서 건지고 나니
말끔해진 돌 하나
바닥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리저리 유랑하다 제 몸에 쌓인
바람의 무늬도 지워졌을까
별빛을 향해 수직으로 세웠던 그리움이
마모시켜 반들반들해진 몸
무성했던 청춘의 그늘 아래 짙어진 그림자도 지워졌을까
당신은 나의 표백제다
우리 함께 남은 생 정신 못 차리게 막 돌다가,
나를 다 지웠으면 좋겠다
2024 한국 문학 대상 수상 시인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