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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세탁하다

by 김준한

돌을 세탁하다

김준한


언제 호주머니 속에 들어갔던 걸까

슬픔이 탈수된 옷,

나를 결박한 세월의 구덩이에서 건지고 나니

말끔해진 돌 하나

바닥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리저리 유랑하다 제 몸에 쌓인

바람의 무늬도 지워졌을까

별빛을 향해 수직으로 세웠던 그리움이

마모시켜 반들반들해진 몸

무성했던 청춘의 그늘 아래 짙어진 그림자도 지워졌을까


당신은 나의 표백제다

우리 함께 남은 생 정신 못 차리게 막 돌다가,

나를 다 지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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