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다롱이 만만세 3부
산책도 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도 자고 노느라 며칠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어요. 지난 박스의 촉감도 이젠 기억나지 않았죠. 또다시 저녁이 되자 집에 돌아온 아빠는 저녁노을을 묻혔는지 아침과 다르게 얼굴이 붉었어요. 한 손엔 간식도 잊지 않았죠. 아빠가 매일 잔에 따라 마시는 음료의 냄새도 서서히 적응이 되었어요.
우리가 간식을 먹는 내내 아빠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였어요. 그동안 다롱 오빠와 저는 아빠 발 밑에 웅크리고 기다렸죠. 사실은 냄새가 좋았어요. 아빠가 침대에 누우면 우리는 아빠 양쪽 겨드랑이에 코를 박고 누웠지요. 아빠의 양말 냄새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냄새가 풍겼어요. 양말은 제가 물면 아빠가 화를 내며 빼앗았지만 품에 기대면 아빠는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때마다 다롱이 오빠는 아빠 흉내를 내는 건지 으러렁 거렸어요. 하지만 아빠는 세상모르고 깨어나지 않았어요. 저는 그 틈에 아빠의 입술이며 볼을 원 없이 핥았어요. 입술을 핥으면 이상하게 조금씩 몽롱해졌지만 괜찮았어요. 짙은 어둠이 우리를 휘감았지만 결코 두렵거나 아프지 않았어요. 아빠의 따뜻한 체온, 아빠에게서 나는 자극적인 냄새, 잠탱이 오빠가 곁에 있어 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개인 것 같았어요.
"아롱아, 아롱아."
"왜 불러!"
"큰일 났다. 배에서 신호가 와."
"참나, 아까 그렇게 처먹더니만."
"아롱이 니 자꾸 오빠한테 그럴 거야?"
"아이고 참나!"
"야 아롱아 나 지금 진짜 심각해. 어디다 응아 하지?"
"저 귀퉁이에서 해."
오빠는 신호가 오는 배 때문에 침대 귀퉁이를 빙빙 돌았어요.
"괜찮을까?"
"물론 괜찮지 않지. 내일 오빠는 쫓겨 날 거다."
"아롱이 너 진짜 그럴래?"
"내가 뭐? 오빠는 어차피 딸려 왔다고. 아빠가 나를 먼저 보듬었다고. 그런데 그 할머니가 오빠를 딸려 보낸 거라고."
"그래 너 잘났다. 나는 사람 믿지 않아. 오빠가 그동안 겪어 본 결과, 사람은 결국 우리를 버리게 돼. 아직도 몰라? 우리 아빠 엄마는 어디 갔지? 며칠 지나 다 사라졌잖아. 그리고 우리는 시장 통 박스 안에서 뒹굴어야 했고. 그 할머니도 결국 우릴 버린 거잖아. 이 남자가 아빠라고? 천만에. 나는 이 인간에게 절대 꼬리 치거나 핥지 않을 거야."
"오빠야 갑자기 왜 그래?"
"쫓겨나기 전에 이 인간이 주는 간식이나 마음껏 먹으라고. 그리고 이 침대의 촉감이나 마음껏 즐기라고."
"오빠야 우리 아빠는 다를 거야."
"너나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모르겠다. 에라 여기다 응아 해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