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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집

by 김준한

거미의 집

김준한


또다시 새 하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시간의 정렬을 무시한 기억들이 어제와 오늘을 허물어 가로 세로 무작위로 배열되면, 잊었던 인연이 하나 둘 걸리기 시작한다


이름은 호명할 수 없어도

창 위에 달 그림자로 스케치하는 얼굴들

너와 함께 건넜던 그 바다 위의 파도가 중심에 또렷이 걸려 바닥 가까이 축 늘어졌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잠 못 이루는 누군가의 촘촘한 기억 어디쯤,


나도 탐스런 먹이처럼 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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