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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

by 김준한


빨랫줄/김준한


언제나 넌,

집게가 잡은 그 사소한 시간만을 허락했다


처음부터 나는,

나를 적실 수 없는 삶을 완강히 거부했으므로

내가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물기 어린 순간들,

예정된 절차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네 슬픔이 마르면 마를수록 축복해주지 못하고

언제 떨어질지 모를 집게 이빨의 악력에 절규했느니


내 세월은 늘, 축축한 오늘 잡고 펄럭인 빨랫줄이었구나


텅 빈 하늘 온몸에 건 저 빨랫줄 바람에게 어제로 떠난 옷들,

그 말라버린 슬픔의 안부를 묻는다


지금은 어느 피붙이에 기대 잘 닳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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