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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를 아시나요

by 김준한

달고나를 아시나요?

김준한



국자 속에 빠진 아이들의 눈빛이 설탕과 함께 녹는다


너무 뜨거워서 만질 수도 맛볼 수도 없는,

아저씨가 집어 든 젓가락 따라 아이들의 침방울도

입 안을 휘젓는다


턱을 괴고 기다리는 맑은 눈이

타들어 가는 연탄보다 까매지면

아저씨가 집어넣는 한 숟가락의 소다 때문에,

형체 없던 아이들의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꼬마들아 무슨 모양 찍어 줄까?

별요, 네모요, 세모요, 동그라미요,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이야기하고

한 아이는 넓게 편 하루가 다 굳기 전에

엄마를 찍는다


아이들의 침 묻은 바늘이

더디고 짧은 걸음으로 뒤뚱거리고

모양 잘 오려내면 하나 더 만들어 줄게요

아저씨의 말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맛


아저씨!

이거 오리면 제 엄마 꼭 오는 거죠?

밑이 까맣게 탄 국자,

가슴 밑바닥이 뜨끔해진 아저씨


별이 깨지고 네모가 깨지고 동그라미가 깨져도

울지 않는 아이들,

헛된 꿈이었을까?

깨져버린 기대 때문에 가슴 철렁 내려앉은 아이


오빠야, 집에 가자 엄마 왔을지도 모른다

저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이

오늘도 오려내지 못한 오빠의 깨진 부스러기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린다



오빠야, 참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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