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슬픔
김준한
모 하나를 꺼내 변에 붙여보곤 했다
세모 네모 마름모 오늘도 수많은 모서리들이
서로의 바닥을 찌르며 굴러간다
날카롭게 세운 말들로 너를 찌르곤 했지
모난 성격이 유해지기 전까지
내벽을 파고들던 그 많은 분노 뜨겁게 각혈했는데
세상은 일도 닳지 않아 뭉툭해지고 부러진 건 나일뿐
침 한번 꿀꺽 삼키며 마찰 없이 굴러가는 일
아이고야 하루를 사는 일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다는 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
2024 한국 문학 대상 수상 시인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