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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수에 대한 사유

by 김준한

평수에 대한 사유

김준한


세계관을 좁히며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

오늘도 집을 넓히는데 바쁘다.

허기사 나도 세 식구 비좁은 원룸에서 투룸으로 옮긴 지 꽤 되었다.

나는 아롱이와 다롱이가 꼬리 칠 수 있는 이 공간에 만족한다.

사실은 나의 게으름이 부피를 키울수록 세 식구의 하루가 점점 팽창한다.


이사 온 지 일 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집 앞 공터 구석구석 킁킁 거리며 다 못 후빈 아롱이와 다롱이, 산책로라 해봤자 길 건너 슈퍼 오가는 게 다여서 간식으로 대신한다.

다롱이는 동네 한 바퀴를 돌면 얼른 집에 가서 간식 달라고 앞장선다.

너무 넓은 세상을 살고 있는 아롱이다롱이와 나, 청소하기도 힘든데 다시 좁은 방으로 이사 가야 할까?


북적이던 사람들 하나 둘 떠나보내고 나면 이제 적막으로 변해버린 그 공간은 견뎌야 할 외로움이란 걸 알기에 나는 지구 저편 치열하게 시를 쓰고 있을 그 어떤 깨인 영혼을 그리워할 뿐, 더 넓은 집이나 값 비싼 차는 원치 않는다

언젠가 내가 누울 잠자리에 관 한채 허락된다면 감사한 일

뼈 다 썩어지면 그것도 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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