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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씽킹, 대체 뭔데? 공감과 관찰 편 (3-2)

3.2 EMPATHIZE 가장 중요한 단계, 공감 - 관찰 편


체험하지 못하면 관찰하자 


디자인 씽킹의 핵심은 공감이다. 이 시리즈의 전 편에서는 공감의 가장 확실한 방법인 체험을 다루었다. 본 편에서는 두번째 방법, 관찰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관찰이 그냥 관찰이지, 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본 글을 읽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용자들이 그들의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 역시 니드파인딩 (사용자의 니즈를 발굴하는 과정) 에 큰 도움이 된다. 체험이 어려운 대신 확실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면, 관찰은 편해 보일 수는 있으나 정말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얻어 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아에 갇혀서, 많은 것들을 당연시하고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관찰은 쉬워 보이나 매우 어렵다. 스타벅스에 가서 한 시간을 앉아서 관찰해도, 니즈 비슷한 것 하나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주문받고 조제하고 수령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관찰은 쉬워 보이나 매우 어렵다. 

따라서 관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면, 눈이 조금씩 열리면서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 재미있는데, 바로 unsee 라는 단어다. 한국어로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운 이 단어를 잘 설명하는 그림을 아래 소개한다. 아래 그림은 토블론이라는 초콜렛 바  제품의 로고이다. 토블론의 로고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그냥 산봉우리로 보인다. 하지만 산봉우리 전면에 곰 모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는 이 곰을 unsee하기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그림을 한참 쳐다보고, 다른 각도에서도 바라보고, 이 그림의 다른 요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야 잠시 이 곰을 머리속에서 내려놓고 원래 보았던 산봉우리 그림으로 바라볼 수 있다. 


또 비슷한 예로, 엘리베이터의 사용 행태에 대해 관찰한다고 해 보자. 한동안은 아무리 엘리베이터를 타 보아도 특이한 점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unsee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어느날 발견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든 사람들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최대한의 거리를 둔다는 사실을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나 혼자 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들어와서는 내 바로 옆에 선다면 그것은 이 암묵적인 룰을 깨는 매우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이 룰은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알아채기 어렵지만, 알아채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흠, 왜 그럴까?” 이렇게 왜? 라는 질문이 들게 하는 발견이 좋은 발견이다. 


왜? 라는 질문이 들게 하는 발견이 좋은 발견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 번 우리의 머리에 들어와 익숙한 정보가 되어 버린 것들을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오랜 관찰을 통해 내 관성을 내려놓고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보게 되는 순간,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니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스탠포드 Needfinding 수업에서는 이러한 흥미로운 발견을 작은 금덩이 (nugget)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작은 금덩이들을 모으고 모아 종합해 보면 사용자의 니즈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적은 시간에 효과적인 관찰을 하는 팁 


개인적으로 고백하자면 나는 다음 편에 설명할 인터뷰 방식의 니드파인딩에 가장 강하고 또 그 방법을 가장 선호한다. 가만히 앉아서 진득히 관찰하고 생각하기보다는 뭔가 몸을 움직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나와 잘 맞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에게는, 적은 시간에 효과적인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상황을 관찰하고 비교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 예로 당신이 니드파인더가 되어 한국인들이 식사에서 느끼는 니즈가 무엇인지 잘 관찰하고 싶다고 치자. 그렇다면, 뜬금없게도 미국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들의 니즈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박사 공부 중 심리학 부전공을 시작하면서 문화 심리학 (Cultural Psycholgy)에 관심을 가진 시기가 있었다. 한국에서 20년, 미국에 10년을 지낸 나에게는 당연히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차이는 바로 식문화였다. 바쁜 학부 시절, 나와 식문화가 가장 잘 맞는 친구들은 중국계 미국인 친구들이었다. 주말에 시간이 생길 때면 나는 종종 친구들과 함께 차를 빌려 근처의 각종 중국 식당들을 기행했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고 버블티를 마시며 친해지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지낼 때만 해도 나의 식문화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나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박사 연구를 하던 중, 미국 영화를 보면서 특이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모습이었다.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식사 장면을 보며 ‘왜 같이 밥을 먹으면서 저렇게 화를 내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나의 첫 작은 금덩이 (nugget)였다. 


왜 같이 밥을 먹으면서 저렇게 화를 내지?

그 후 미국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의 식사 장면들을 유투브에서 관찰해보기 시작했다. 나의 두 번째 작은 금덩이는 바로 한국 영화의 혼밥은 매우 처량하게 그려진다는 사실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 상황에서 등장인물은 체하거나, 쓰러지거나, 혹은 감옥 안에 혼자 있었다. 나의 세 번째 금덩이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했다. 바로 한국 영화에서는 악당들도 자기들끼리는 사이좋게 함께 밥을 먹으며 나름의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었다. 또한 밥을 먹을 때 만큼은 아군이던 적군이던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이들은 사이가 좋은 것일까 안 좋은 것일까? 


마약 단속반의 고군분투를 재미있게 그려낸 천만영화인 [극한직업] 영화 초반, 마약반과 강력반은 라이벌로 그려진다. 특히 주인공인 마약반에게 강력반은 질투의 대상이요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이 두 반이 함께 갑자기 함께 한 테이블에서 회식을 하기 시작한다. 다른 테이블을 쓰지도 않고, 기다랗게 붙인 테이블에 마주앉아 서로 욕을 나누며 밥을 먹는다.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나에게 이 장면은 전혀 특이한 장면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냥 지나가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영화에서의 식사와 이 장면은 매우 다르게 다가왔다. 


이 작은 금덩이들을 기반으로 나는 미국과 한국 각 나라에서 최고 수식을 올린 흥행 영화 20편씩을 선정하고, 이 영화들의 모든 식사 장면들을 관찰해 보았다. 그러니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일단 미국 영화에 비해 한국 영화가 식사 장면의 수가 두 배 가량 높았다. 그리고 이 많은 장면 중 혼자 식사를 하는 비율은 미국 영화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그리고 한국의 혼밥 장면은 60%정도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표현되었지만, 미국 영화의 혼밥에서는 30%정도만이 부정적으로 표현되었다


한국의 혼밥 장면은 60%정도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표현되었지만, 미국 영화의 혼밥에서는 30%정도만이 부정적으로 표현되었다. 

이상의 내용은 실제 상황을 보고 관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서 성급히 니즈를 유추하지는 않겠다. 여기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은, 내가 한국 영화만 보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한국 밥상의 특징을 미국 밥상을 보고 발견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unsee하고 니즈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상반된 상황을 함께 관찰하고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상으로 관찰의 방법에 대해서 심도 있게 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인터뷰 방법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정리하며 -------------------------------


1. 체험 이외에 좋은 니드파인딩 방법은 관찰이다 

2. 관찰은 쉬워 보이나, 좋은 관찰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3. 적은 시간에 효과적인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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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위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나 새롭게 다가왔던 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덧글을 달아주시고, 그러한 점이 없다면 본문을 잠깐만 시간을 들여 다시 훝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새롭게 접한 지식에 대하여 궁금한 점과 나의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스탠포드의 모든 학생이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학습방법입니다. 또 공유, 구독과 덧글을 통해 저는 힘을 얻고 더욱 양질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https://m.cafe.daum.net/dotax/Elgq/2840306?svc=topR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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