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울었다 .드.디.어.(2)

일부러 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6회기 때 그녀가 울었던 것을 기억하는 건

내 기억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

상담이 첫회기에서 5회기로 이어지기까지 그녀는 한 번도 제시간에 상담실에 오지 않았다.

약속을 취소한 적은 없었지만 매번 늦었다.

장소를 잘못 찾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때로는 아이들이 떼를 쓰는 바람에 늦었다면서.

늦었다고 딱히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내 앞에서 울었던 그날은

정확히 제시간에 내소를 했다.

그래서 그날을 기억한다.


내담자가 상담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는 실로 많은 의미가 있다.

그 상담이 , 소위 말하는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상처겉핧기로 끝날 것인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얼마나 그 상담에 대한 동기가 올라와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를 제시간에 만난 그날도 우리는 어김없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있었다.

나는 그녀의 취향에 맞는 맑은 맹물을 따뜻하게 준비해 두고 상담실의 온기를 덥혀 놓았다.

평소처럼...은 아니었고

그녀는 그날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그리고 일주일간 얼마나 아이들과 남편으로 인해 본인이 힘들었는지. 또 덤덤하게.

그러나 이번에는 길고 길게 이야기했다.



나도 의자를 바짝 더 끌어 당겨 앉았다.

그리고 들었다...

중간에 묻고 싶은 말들이 있었으나 이미 그 답은 그녀 말속에 들어있었으므로.

내 말은 삼켰다.


들었다...

한참을 듣고 나서 그녀가 말이 뜸해졌을 무렵..

그녀에게 물었다.


윤희씨는 윤희 씨와 사이가 어때요?

윤희 씨는 윤희 씨를 얼마나 좋아하세요?


그녀의 눈이 똥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늘게 시작했던 눈물은 점점 굵어져 갔다.

그야말로 눈물을 토해 내듯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왠지 말을 하면 그녀의 눈물이 멈출 것 같았다.


'다행이다'


거세게 흘러 보내야 할 물살을 얇은 나무판자로 막고 서있는 듯 위태로워 보였는데,

차라리 그 판자가 부서지고 휩쓸려도 물이 흘러가게 두는 게 물길의 섭리 같았었다.


가녀린 몸으로 엄마로, 아내로 역할을 견디며 울지도 못하는 그녀의 마음이

비정상적으로 팽배해 버려

그러다 어느 날 폭발하듯이 터져버릴까 걱정이었는데.

우는 것을 보니 마음의 물꼬가 트인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울어야 마음에 습한 게 빠져나온다.

습한 게 빠져야 뽀송해질 수 있다.


'우세요.

여기서는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요.

못 본 눈을 하고 당신 곁에 같이 있을게요...'


화장지를 슬며시 그녀 앞으로 밀어 두고

그저 고요히 그 시간의 소용돌이를 같이 건넜다.


한참을 울고 난 그녀가 말했다.


"시간이 다 되었네요"....


내가 말했다.


"네..고생하셨어요".


그게 그녀가 울고 난 후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굳이 다시 묻지 않았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같이 건너며

그녀가 흘린 눈물의 순도를 느꼈기에

다시 묻지 않았다.

윤희와 윤희의 사이에 대해서..

윤희가 윤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굳이 다시 묻지 않았다.


엄마들이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헐레벌떡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만 사실 자녀들에 대한 애정만으로 그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상담실을 찾지 만은 않는다.


내가 열 달을 품어 산고 끝에

세상에 내어 놓은 아이.

내 안에 있던 또 하나의 심장이 아프다 할 때

내 사랑도 같이 무너진다.


그 사랑이 너무 깊어 내 세상인지,

아이의 세상인지 구별조차 힘들지만.

엄마들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상담실로 올 수 없다.


고통이 너무 깊어 잠시 잊었을 뿐

결국에 나를 사랑하였기에

나를 살리고자 상담실로 오게 된 것을 모를 뿐이다.


내 역할은

자녀들을 돌보느라ㅍ정작 본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할 곳 없이 힘든 엄마들의 마음을


그저 들어주고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일


힘들어 턱이 덜덜 떨리면

가만히 손잡아 주는 일

눈물 콧물 다 흘려도 민망하지 않게

화장지 내밀어 주는 일


그러면 엄마들은 살아난다

스스로 살아낸다


그게 전부다


*제가 올리는 글들은 모두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개인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은 모두 각색하였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