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으면 했다.
상담 6회기 만에 드디어 그녀가 울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자신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고..
그녀도 느껴지던 자녀들의 남다른 정서가
다른 이들에게 약점이 되기 전에..
엄하게 가르쳐서라도 바로잡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온종일 학교에서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수십 개의 번뇌가 스쳤을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모범적인 학생을 보면 자기의 자녀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고
부족함이 느껴지는 아이를 보면 자신의 아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가슴이 화끈거렸었다고..
그래서 수백이 수천 번이 되도록 ,
이게 맞는 싶나 싶은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그래 이 길이 맞지 싶은 마음이 창천 하는 날도
마음이 닳고 닳도록 가르치고 교정하고
때론 매를 들면서 혼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천 번의 노력이 무색하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연년생 형제의 정서 행동의 구멍은 점점 커져갔다.
사춘기의 터널에 진입하면서는
더 이상 통제가 되지 않았고
엄마가 눈물로 호소하고 때론 형제들에게 밀리지 않으려 몸싸움도 불사하는 지경에 이르자
큰 아들은 집안의 물건을 부수고
급기야는 죽겠다며 본인 방의 창문을 열었다.
둘째는 말문을 닫고 둘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그때 본인이 힘겹게 지키려고 노력했던 결계가 풀려버렸음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갈 길을 잃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 본능처럼 느껴졌고
내가 목숨 걸고 지키려 했던 올바름에 대한 집착이 더는 나와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가다가는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자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움도 청할 줄 모르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를 보고 가까이 지낸 친구가 손을 내밀었다.
상담을 받아보자고.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느껴져 힘겹게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상담실로 왔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대학교수인 남편과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첫째
그리고 무기력하여 아무 반응도 없는 둘째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남 이야기 하듯이 덤덤하게 늘어놓았다.
보통 상담실에서 만나게 되는 엄마들은
자녀들에 대한 걱정에 휩싸여 공격적이거나
우울해한다
그리고 보통은 걱정,불안 혹은 서러움에 눈시울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특이하게 남편과 아이들의 성을 붙인 호칭으로 불렀다.
구00씨,구00,구00..
어.어..위험하다...
이 정도 사연이면 엄마 사람이 진짜 힘들 텐데.
힘들다고.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화난다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아이들이 이렇게 된 게 내 탓이냐고
억울하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말을 해준다
엄마 탓이 아니라고
자녀를 아프게 하려고 키우는 엄마는 없다고
우리도 엄마가 처음이다 보니 잘 몰라서 그런다고
잘 키우려고 더 사랑하려다
때로는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온기를 전할 수 있는데
그녀에게는 그 어떤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 그녀가 울었다, 드.디.어. 1편 ---
*제가 글을 올리는 모든 사연은 사실에 기반하였으나 개인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인적사항은 각색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