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끓여 준 미역국
출근은 해야겠는데 아직 따뜻한 이불속에서 빠져나오기 싫은 아침.
안방 문 아래로 빛이 스친다.
이상하다.
애들 방학이라 이 시간에 깰 사람이 없는데.
간밤에 주방 불을 안 끄고 잤나 싶었는데
문을 여니, 주방 쪽에서 덜그럭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아. 오늘 내 생일이지?
누가 미역국을 이른 아침에 끓였을까
호기심반, 기대반.
고개를 빼꼼히 쳐다보니 더벅머리 헝클어진 막둥이가 보인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내가 미역국 끓였는데 고기는 못 찾아서 그냥 미역만 넣었어요.
근데 간을 못 맞추겠네.
맛없어도 그냥 드셔요
나 아침에 못 일어날까 봐 밤샜어"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16년 전 광주로 내려와 정착을 하던 시기에 기저귀 차고 아장아장 걷던 그 아이.
다섯 살 무렵 심한 화상을 입은 후 몇 년을 가슴 아프게 돌보았던 아이.
며칠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 방학에
계획도 없이 잠만 자냐고 한소리 했는데..
그 아이가 한 겨울 이른 아침에 일어나 한 손에는 유튜브 켠 채 멀건 미역국을 휘젓고 있다.
어느 새인가 해마다 내 생일보다는 아이들 생일 챙기며 벅찰 때가 많았는데
지천명이 된 오늘.
나는 하늘의 뜻은커녕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도 잘 모르겠는데.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울린다.
아침에 출근하며 '바람이 유독 매섭네 '했다가
이 추운 겨울날 또 딸이었던 나를 낳고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를 또 만난 기쁨에 웃었을까
또 만난 일곱째 딸을 보며 울었을까
왠지 후자일 것 같을 엄마를 떠올리며
어느새 마음이 시큰해져서 울지 말아야지 했다가
나는 기쁘면 기뻐서 울 수 도 있고
슬프면 슬퍼서 울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했다.
나는 요새 들어 잘 운다.
갱년기가 다가오느라 그런지
티브이 속 아련한 주인공들 사연에 울고
내가 상담실에 만나는 내담자들을 보면서 울고
동물들 나오는 다큐멘터리 보면서 울고
오늘은 막둥이 미역국에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