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살의 바디프로필

찍고 싶어서 찍은 게 아니라

몸을 예쁘게 드러내고 싶어서 찍은 게 아니었다.


4년 전, 둘째 아이가 학교폭력의 피해를 당했을 때

1년 가까이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 성적인 폭력이 이어졌었는데도

나는 몰랐다.


부부갈등과 고부갈등 그리고 그 시절 나의 개인적 아픔에 휩싸여 내 아이가 그렇게 망가져 있었는데도 나는 몰랐다.


바람이 차갑게 불던 11월의 어느 저녁에

아이는 울면서 말했다.



"엄마. 나 힘들어서 학교 못 다니겠어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몰랐다고는 하였으나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아이의 어두운 낯빛을, 자주 잃어버렸다던 옷가지들을 그리고 용돈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 아픔에 쌓여 모르고 싶었을 뿐..


아이의 눈물에 정신이 번쩍 들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다음 날 학교를 찾아가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나보고 예민해서 민감하다고 했다.

그리고 왜 본인한테 눈을 그렇게 뜨냐고 내게 물었다.

내 눈초리가 어땠을지 알 도리가 없지만

곱지는 않았겠지..

본인은 중립을 지켜야 하니 더 진행하고 싶으면 학교폭력위원회 소집 신청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했다..

내가 ,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러나 아이는 나아지지 않았고 밖에도 나가지 않으려 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으나

아이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아이는 밖에도 ,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빵만 만들었다.

애가 탔다.


학교 급우들이 전화를 했다.

"너 때문에 학교폭력 전수조사하고 학교폭력 하지 말라고 방송했다. 너 때문에 *됐다"

아이는 아예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공포에 휩싸였다.



아이가 잠들면 밤마다 아이 방에 가서 숨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잘 수 없었다.

먹을 수도 없었다.

자려고 누우면 아이가 학교에서 당했을 괴로움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억울했다.

잘못한 건 우리 아이가 아닌데.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 거 아닌데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데..


분했다.

"우리 가정만 이렇게 망가지는 거 억울하다

어차피 못 자고 못 먹을 거 운동이라도 하자,

기록으로 남기자"



서둘러 체육관 예약하고 사진 찍을 곳 알아보고

바로 다음 날부터 운동을 했다.


안 해 본 운동 하려니 땀은 삐질삐질 나고

팔다리는 후들거리고

안 다치려니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하루에 5킬로씩 매일 뛰고

쇠질하고

무게를 쳤다

그 시간만큼은 아이 아픔이 잊혔다.


그러고 나면 배가 고팠고

밤에 잠이 잘 왔다.


먹고 잠을 잘 자니

숨이 쉬어졌다


그렇게 100일을 운동하고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사진 촬영 하루 전 내려진 2차 행정심판 결과


"일대 일 쌍방 폭행"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었다


우리 가족은 이미 회복의 길로 들어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