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과 하노이에서 _2. 호치민 국제학교 입학 테스트 준비
우리 아이가 과연 국제학교 테스트를 볼 수 있을까?
학교별로 테스트가 진행되는 인터뷰 일자를 잡고 나니 실감난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이 될텐데
영어 하나도 시작 안한 9살 작은 아이는 어떡하나
3학년 때 영어 시작한 12살 큰 아이는 또 어쩌나
우리 아이가 과연 국제학교의 테스트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아이들의 영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그래야 적어도 아이들에 맞춘 입학 테스트 준비를 할 수 있을테니
늦게 시작한 그리고 갈팡질팡 했던 큰 아이의 영어공부
큰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나 나름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서울의 한 지역에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면서 영어 교육은 늦게 시작했다. 큰 아이의 경우 1,2학년때에는 다른 사교육 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으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영어도 3학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작은 동네 학원에서 또래 친구들과 리스닝과 영단어, 간단한 회화로 구성된 교재로 수업을 들었는데 알파벳만 익히고 간터라 제대로 된 파닉스 개념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무모하게 영문법을 바로 공부했었다. 아무래도 이후 내신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그 때 배운 영문법이 아이에게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말도 빨리 익히고 책 읽는 것도 좋아했기에 여러가지 면에서 언어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나보다.
하지만 아이는 내 예상과 달리 영어에 대한 흥미가 없었다. 내가 배웠던 방식으로의 영어 공부는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기에 그저 무심히 아이가 스스로 좋아해주겠지, 학원이나 학교에서 즐겁게 익히고 오겠지 했던 나의 기대는 그저 나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두번째 영어 학원은 지금도 인기가 많은 영어도서관이었다. 온라인으로만 수업하지 않고 센터로 가서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듣고 읽은 뒤 문제를 푸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5학년이 되서 옮긴 학원이었기에 아이는 사실 다른 친구들이 다니는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몇몇 학원에서 영어 테스트를 본 결과 느낀 것은 늦게 시작한 우리 아이는 이미 친구들과는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 나는 아이의 영어 공부 시작을 늦게 한 것에 대해 마음이 많이 어지러워졌다.
아이가 원할 때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친구들이 시작할 때 시키지 않고 엄마 혼자만의 신념으로 늦게 시켰기 때문이었다.
영어도서관에서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선택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유일한 영어 학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영어도서관을 다니면서 영어로 된 지문을 읽는 훈련을 하고 리스닝을 집중적으로 했다. 특히 퀴즈를 매번 풀면서 좋은 점수를 받고 읽기 책이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점에서 아이도 흥미를 가졌다.
속도는 느렸지만 영어에 대해 친숙함을 느껴가고 있던 때에 아빠의 발령으로 아이는 국제학교에 입학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영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리딩 수업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학교 인터뷰를 대비한 회화 연습이 먼저였기에 원어민 수업이 있는 어학원을 찾았다. 영국학교 교재로 수업을 하는 소수정원의 정규반 원어민 수업을 하면서 별도로 인터뷰를 대비한 1대1 원어민 레슨을 받았다. 시험을 보기까지 두 달 동안 이러한 과정으로 준비를 했고 호치민에서 국제학교 테스트를 보고 온 뒤에도 정규반 원어민 수업은 한 달 정도 더 했다.
영어 제로, 한국어도 시작 단계인 작은 아이의 영어공부
큰 아이도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어학원에서 국제학교 테스트 대비라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작은 아이는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작은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영어를 접해 본 기억은 있지만 그건 교육이라기보다는 놀이의 일종으로 영어로 된 노래를 듣고 한글과는 다른 글자가 영어 구나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알파벳을 가르치려고 하면 또봇에 나오는 X, Y 다 하며 로보트를 들고 오던 아이였다....
큰 아이보다는 영어를 일찍 가르쳐야지 했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성향이 너무 달라 책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고 친구들처럼 파닉스 반 부터 보내야겠다 막연히 계획을 세우고 있던 아이에게 국제학교 테스트라는 큰 과제가 떨어진 것이다.
출생연도로 보면 Grade 3 나 Year 3로 입학해야 했는데 국제학교 테스트를 봐야 했으니 시험 보러 들어가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나올까봐 본인 이름 쓰지도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 엄마인 나 혼자
안될 걸 알면서도 학원에 찾아가서 사정을 말하고 두 달 동안 아이를 지도해 줄 수 있었는지 물었지만 역시나 모두 한결같이 파닉스만 6개월에서 1년을 해야 뭘 할 수 있다는 답변 뿐이었다.
물론 나도 집에서 아이와 부단히 노력을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한정된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했었다. 그러던 중 영어 시작을 스토리북으로 이용해 가르치는 분이 쓴 글을 읽었다. 차량이 없는 곳이어서 직접 라이딩을 해서 아이를 보내야 했지만 절박하게 매달리는 심정으로 방문했다. 하나도 아는게 없던 아이의 상태 테스트를 확인해 보시겠다고 가장 쉬운 읽기 책을 꺼내셨지만 역시나. 몇가지 건넨 영어 질문에도 아이가 대답을 못했지만 작품 한 번 만들어 봅시다! 하는 선생님의 격려가 그 땐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Hooked on Phonics K단계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아주 단순한 책이지만 차근차근 익히기에 이만큼 좋은 책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도 cat, rag, pig, tag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 단어가 진행되니 부담없이 익혔고 자기도 영어로 된 책을 읽는게 신기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 내용이야 워낙 적기 때문에 단어를 익히기 위해 게임처럼 스펠링을 제대로 입력할 수 있는 컴퓨터 수업을 함께 했었다. 대문자, 소문자 쓰기 연습도 함께 하고 수업 중간 중간 정해진 영어 질문에 답하는 것도 병행하며 공부했다. 영어를 언어로는 처음 시작하기에 원어민과의 회화 연습은 이 아이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한국인 선생님들과 짜여진 스케줄 내에서 무리하지 않게 하지만 두 달 동안 테스트는 볼 수 있는 정도까지 만들기가 그 당시 선생님들과 나의 목표였다.
준비기간 동안은 마음만 바빴는지 아이들 다닌 학원들 사진 한장 조차 없네
아이가 수업 받는 동안 기다리다 비를 만나 찍어본 이 사진이 유일하다
아이들이 영어를 익히며 국제학교 테스트를 준비하는 동안 나 역시 정보 수집은 계속되었다. 학교마다 시험방식도 다르고 아이들 수준이 다를테니 질문 역시 달라질테지만 검색 덕분에 몇가지 공통적이거나 학년별로 준비 해야 할 문항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적어두었던 국제학교 입학시험 준비 메모
<Grade 6>
1. 인터뷰 : 간단한 자기소개, 가족 소개, 취미, 흥미, 특기, 지난 학교 생활, 좋아하는 과목, 스포츠 활동,
장래 희망, 최근에 읽은 책
2. 영어 시험 : 컴퓨터로 객관식 시험, 단어 스펠링 퀴즈, 지문 읽고 요약하기
3. 수학 시험 : 컴퓨터로 문제 풀기(인수분해 풀고 영어로 설명하기 등)
khanacademy 학년별 수학문제 풀어보기
4. 에세이 : 주제 글쓰기(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그 이유, 서울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과 이유)
5. 부모 인터뷰 있는 경우 : 아이들의 장점과 현재까지 영어 공부를 하고 있음을 어필할 것
<Grade 3>
1. 사고력 수학 준비, 단순 계산 문제 아님
2. 스토리 있는 그림 설명
3. 자기 소개, 가족 소개, 좋아하는 음식 소개, 연주 할 수 있는 악기 소개하기
4. 좋아하는 책 문장 5~6 줄 에세이 적기 연습
그리고 추가적으로 준비했던 것은 이미 배운 단어더라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질문할지 모를 수 있으니 영어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를 공부하게 했다. 당시에는 큰 아이가 미리 익혀갈 수 있도록 매일 집에서 두 권을 함께 풀고 익히게 했고 입학 후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에는 작은 아이에게도 권했던 책이었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준비를 했지만 잘 따라준 아이들 덕분에 우리는 변동없이 2019년 7월 호치민으로 국제학교 입학 테스트를 보러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