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이 내게 가르쳐준 소중한 것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뀐 나의 삶.

by 서상영

누군가는 그렇게 말해요.

"모든것이 준비되었을때 이민을 가야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민을 간다면 후회하게 된다"


우리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언제는 편하게 살았었는지..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죠.

모든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모든것이 내 뜻대로 잘 풀려서 그래도 조금은 고생을 모르고 살았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늘 부족했고... 늘 불안했죠. 겉으로는 그런 내색은 하지않으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사실 온전한 나에게는 이 세상은 늘 불안한 외줄과도 같은길을 걸었던것 같아요.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믿게 되기까지

한국에서의 삶은 언제나 빠르고 빡빡하게 흘러갔습니다.
4년재를 졸업하지 못하고 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까지 늘 몸은 피곤하고 교대근무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우리가족이 또 먹고 산다는 강박…
그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후, 처음 느낀 감정은 "여긴 왜 이렇게 느리지? 답답한데?" 였습니다.
관공서 업무를 보기위해 예약을 잡으려면 오래 기다리는 건 기본,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차를 맡기면 늘 2~3주 걸리고, 일처리는 말도 안 되게 느리고 복잡하고 번거로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자, 그 느림 속에서 내 마음이 천천히 풀려가는 걸 느꼈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의 나에게 ‘돈’은 안정의 다른 말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한다는 불안, 남들보다 아파트, 차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 그게 나를 계속 일하게 만들었고 휴일에도 근무를 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가족과 한번이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하니 휴일에도 근무를 안할 수 없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덜 벌어도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주재원이라는 참 거창한 이름으로 현지인들보다 많은 돈을 받았고 한국에서 근무할때 보다도 큰 월급을 받았었죠. 폴란드에서 현지 친구들을 만나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적인 월급을 가늠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완전히 다른 생각이 있었어요. 커다란 집이 없어도, 비싼 차를 타지 않아도 공원에서 아이와 뛰노는 30분이, 본인의 삶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가족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닌 ‘함께 살아내는 시간’

이전엔 가족과 함께 있기보다 휴일에도 근무를 할 수 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한달에 한두번 시간을 쪼개서 여행을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다녔고 2주동안 쉴새없이 일하다 보니 누워만 있던 아이가 뒤집기를하고 또 2주를 그렇게 보내니 기어다니고... 허탈하더라고요.

한국에서 나의 시간은 왜 가족과 다르게 흐르는 걸까? 나에게는 2주가 그들과 함께는 단 이틀에 불과한 시간이더군요.

외국에 와서 우리는 진짜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모든 게 낯선 나라에서, 가족은 나의 언어이고, 나의 위로였어요.
특히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아내가 지쳐 있을 때 말보단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 여기를 충분히 살아내는 것”이 내가 찾은 행복

행복이란 뭘까?

돈 많으면 행복할까? 성공하면 행복할까? 모두가 이런 고민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생각을 하잖아요?

저는 행복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이고 성공이고... 내가 힘들때 쉴곳이 행복해야 하고, 내가 가족과 함께 있을때 행복해야 하고... 돈 없으면 불행하다는 말 어느정도는 맞는말이지만 돈만 많다고 행복할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인생의 문제 아닐까요?

하지만 해외에서 아무것도 없이 가족들과 새로운 시작을하면서 "오늘이 나쁘지 않다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좋은날을 살고 있구나"라는 감각이 더 자주 듭니다.

늘 한국에서의 강박같은 삶을 살아가던 나에게 지금은 천천히 걷더라도 길가의 꽃을 보고, 아이와 유대를 쌓으며, 아내와 둘도 없는 친구가되는 아주 여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해외생활? 좋기만 하겠습니까?? 불편하고, 때론 외롭고, 예상 못한 일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더 단단한 내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걸 느낍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 여기를 충분히 살아내고 있는 것, 그게 제가 찾은 진짜 삶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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