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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의외

어른 비슷한 게 된 것 같은

by DHeath

봄이 가까운 3월이었다. 허락된 잠시 동안의 자유를 손에 쥐고 평소보다 바삐 지나가는 하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우리가 누구였는지 이제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였으므로 그저 기뻤고, 야속했고, 생경했다. 처음 걷는 길을 따라 걷다가 무얼 먹었고, 군중을 따라 영화관으로 향했다. 팝콘과 콜라는 가벼워졌지만 새로 개봉한 영화는 무겁기만 해서 도저히 즐겁지 않았다. 다행인 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두 우리인 채였다는 사실뿐이었다.

10년쯤 지난 후에 다시 진주에 닿았다. 고향과 비슷하게 앞으로 강이 있는 언덕 위, 누각의 맵시가 반가웠던 곳이면서 동시에 고향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어긋남이 마음을 어지럽혔던 곳. 가시지 않은 여름이 밤에도 남아있었지만 그날의 강바람은 시원했고, 의외의 빛이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나지막한 수다 소리와 함께 걸어 다니고 있었고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 풍경 속에는 이제 어른 비슷한 게 된 것 같은 나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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