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다
빗소리가 제법 들리는 걸 보니 비가 밖에 오네요. 차에 있는데 우산은. 지난밤 술에 취해 회사에 차를 두고 돌아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집에 여분 우산이 하나 없다는 사실을 자취 6개월째에 알게 되네요. 얼마간 떨어져 있는 편의점으로 가는 동안 나는 다 젖어버릴까요? 한숨 소리도 빗소리 사이에 섞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꾸역꾸역 씻고 머리를 말립니다. 헤어드라이어를 켜니 빗소리 대신 웅웅 기계 소음만 들립니다. 잠깐 비를 잊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종일 젖은 기분으로 하루를 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커피 한 잔 사 먹으라고 대뜸 돈을 보내는 사람. 따뜻할 때 전부 마시진 못 했지만, 한 모금으로 '막'이 '맑'이 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참 얄궂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