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
새들이 요란하게 비행한다
들리지 않는 것을 본다
허공이 날개 끝에 걸려 찢어진다
나는 서 있다
서 있다가 찢어진 허공으로 빨려 들어간다
들어가고야 만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새들이 분주한 대로 분열한다
나는 우리들이 된다
우리들은 짖지 못한다
그저 울 뿐이다
울다가 지쳐 날개가 생길 뿐이다
날개는 꼭 발버둥 치듯 움직인다
우리들의 날개는 제각각의 박자로 허공을 짚는다
이윽고 비행한다
비행이 아니라 부유한다
갈피도 못 잡고 떠돈다
떠도는 것을 누군가가 본다
누군가를 우리들은 모른 체한다
우리들은 부딪히지 않는다
그저 분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