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불, 굴
_이맘때
이맘때
열한 달 공들여 세운
탑의 꼭대기를 얹을 때
어떤 모양이든
돌이킬 수 없으니 완성해야 해
불굴의 의지로 여기에 지금
이상하게 추워지기만 하면 불에 굴을 구워 먹고 싶어 진단 말이지
정확하게는 석화를 직화로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겨울 굴을 잔뜩 가져와 강가 자갈밭에서 커다란 불을 피워놓고 볼도 손끝도 시꺼메지면서 구워 먹던 그 맛을 못 잊었나
이런 마음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날 찾아와
불, 굴
벌써가 어울리는 때
팔짱이 어색하지 않은 때
삐뚤빼뚤하고
알록달록한
각자의 탑을 쌓자
다행히 당신은 탑 꼭대기를 얹을 수 있을 만큼 자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