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놓고 앗차차.. 유턴을 했어야 하는데 그냥 직진해버렸다!
그 후로도 얼마동안 유턴할 곳이 나타나지 않아 계속 직진 신세 ... 돌아돌아 가던 중!
가끔 지나쳐가던, 신경도 잘 쓰지않았던, 허름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구불구불, 오르막길.
'어휴 뭐 이런길이 다있어? 나갈 수 있긴 한거야 이거?' 생각할 때쯤
모퉁이를 돌아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육성으로 감탄을 내뿜었다.
'우와!.....이런데가 있었어?'
오래된 아파트 옆 산책길엔 아름드리 큰 벚꽃나무들이, 그리고 활짝 분홍빛을 띈 벚꽃잎들이 환히 나를 반겨주었다.
속도를 더 줄여서 천천히,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천천히.
그러다가 발견한,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을 내눈에 담게 되었다.
우리 아빠 나이즈음 되어보이시는 아저씨. 살짝 무릎을 굽히시고 꽃 옆에 얼굴을 갖다 대시고는, 어색하게 웃어보이시며 혼자서 셀카를 찍고 계셨다.
돌아오지 않을 이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일까? 멀리떨어져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일까?
그런 모습이 귀여우시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찡한, 부모님이 생각나는 찰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내 생에 봄이 몇번이나 더 올까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눈부심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실컷 구경하고 즐기시게나, 이 찬란한 봄날이 다 가기전에
길을 잃어 잘못들어선 모퉁이에서 발견한,
우연히,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