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대한 애착

취향

by 민해준

지금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좋아하는 장소가 있기 마련입니다.

봄과 가을 어쩌면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저는 양화한강공원을 갑니다.

이곳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한강공원보다 한적한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출사를 하러, 책을 읽으려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위해 온 사람들과 함께

그저 바람을 맞이하고 아무런 걱정 없는 사람처럼 물과 나무를 봅니다.

그래서 여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고 싶습니다.

그냥 여기서 별 의식 없는 대화를 나눠도 허물없는 대화가 되는 것 같고,

굳이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의 공기마저 평온하게 만드는 침묵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무더운 더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무의 그늘과 바람이 시원하게 만들어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지금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를 누구보다 신중히 고른 뒤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 장소와 음악이 주는 감정은 무시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으면 안정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든다.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와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아 평화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누군가를 만나 아이와 반려견과 함께 이곳에 꼭 찾겠다고 맹세하는 나를 본다.

몇 년 혹은 몇십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 취향에 대해서 생각이 많다. 인생을 살면서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타인이 “너는 어디가 제일 좋아” 같은 질문이나, “네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 같은 질문에 허둥지둥 대다가 결국 마음에도 없는 대답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나의 경우에는 같은 질문에 항상 대답이 다르면 그것만큼 비루한 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언제나 나의 취향을 묻는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할 준비는 언제 어디서나 하고 있다. 어쩌면 누가 나의 취향을 물어봐 줬으면 하는 기대감마저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좋다. 본인의 이미지가 뚜렷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의 취향이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 우선 나부터 이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의 취향이 나의 취향과 너무나 반대의 성향을 띠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 좋다고 하면서 나의 취향이 아니라고 반대로 밀어버리는 건 너무 이상한 것 같다. 이 같은 고민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답을 못 내리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다. 앞으로 살면서 이런 상황을 겪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어떻게 대해야 하나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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