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나는 스스로를 늘 평평하고 수더분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에 대한 오만한 믿음의 그림자였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균열이 생겼다.
나라는 종이가 금이 가고 구겨지며,
숨 막힐 듯한 아픔 속에서 스스로를 찢고 짓누르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통의 흔적이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상처가 깊어질수록, 나는 더 이상 평면이 아니었다.
구겨지고 접힌 나의 모습은 알 수 없는 입체의 형태로 변해갔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 자국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누군가 나를 던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바람이 불었다.
나는 그 바람을 타고 하늘로 가볍게 날아올랐다.
만약 내가 여전히 한 면의 평면이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자유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어떤 도형인지 규정할 수 없어도,
나라는 입체적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상처와 흉터, 빗금과 흔적들은 더 이상 부끄러운 자취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를 살아 숨 쉬는 입체로 만든 증거였다.
아마도 그 짧은 찰나의 자유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내가 그토록 아팠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흉터는 곧 나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흔적과 함께 더 입체적으로,
더 자유롭게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