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없는 공급'과 '1등 카피캣'의 늪을 피하는 실전 기획법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K-뷰티 브랜드들.
이 치열하고 거대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획자들은 매일 밤낮으로 머리를 쥐어짜 낸다.
하지만 실무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기획의 탄생과 소멸을 지켜보며,
나는 신제품들이 아주 높은 확률로 두 가지 뚜렷한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제품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는 경우다.
제품의 구조나 전통적인 개발 방식에 익숙한 나머지, 지금 고객들이 어떤 언어로 소통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놓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성분과 정성을 담아도, 현재 시장이 반응하는 마케팅의 문법을 입히지 못하면 고객에게 닿지 못한다.
고객이 원하는 결핍과 맞닿지 않은 제품은 결국 철저히 외면받으며 '수요 없는 공급'으로 남게 된다.
기획의 첫 단추부터 마케팅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반대로 트렌드에 극도로 기민하게 반응하면 정답일까?
안타깝게도 이 경우엔 두 번째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 1등을 달리고 있는 제품의 겉모습과 유행하는 워딩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빠르게 런칭하는 전략이다. 당장의 '현재' 트렌드에는 탑승할 수 있겠지만, 정작 고객이 그 1등 제품을 선택했던 '진짜 결핍과 본질'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이미 견고하게 굳어진 1위의 시장에 똑같은 모습으로 뒤늦게 뛰어든 제품은,
시장에 아무런 임팩트도 주지 못한 채 한 단계 나아가지 못하고 냄비처럼 확 식어버리고 만다.
이 두 가지 양극단의 시행착오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아주 뾰족한 기준 하나를 세웠다.
바로 본질과 트렌드, 이 두 가지를 모두 읽어내는 융합형 시야를 갖추는 것이다.
제품의 본질로 깊숙이 들어가 고객의 숨겨진 결핍을 예리하게 헤아린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 시장이 추구하는 감각을 빠르게 파악하여 그것을 가장 매력적인 '트렌드'에 접목해 선보이는 것이다.
나 역시 수많은 기획을 진행하며 이 밸런스를 맞추는 데 가장 크게 집착했다.
트렌드만 앞선 채 고객이 누구인지 놓치지도 않고, 과거의 방식에 갇혀 트렌드를 잃지도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장을 관찰했다.
나아가, 이 치열한 뷰티 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설상가상으로 얽힌 비즈니스의 '수익 구조'까지 정확히 꿰뚫어야 했다.
이익이 창출되는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런칭을 넘어선 '향후 계획(Next Step)'을 세우는 것. 그것이 내가 1,400억이라는 거대한 볼륨의 성과를 흔들림 없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에서, 눈앞의 현재만 쫓는 기획은 금세 길을 잃는다.
한 걸음 더 앞서 보고, 더 넓게 보며, 미래의 시장과 고객이 원할 수밖에 없는 답을 미리 예측하여 그대로 설계해 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실전에서 부딪히며 깨달은 진짜 기획이자, 우리가 벼려나가야 할 궁극의 역량이다.
(Editor's Note) � [독자 여러분의 '진짜 고민'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속한 조직은 '트렌드(마케팅)'와 '본질(상품기획)'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계신가요? 실무를 하며 겪는 딜레마나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현장에서 부딪히며 얻은 인사이트로 함께 해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글. 브랜드 기획자 한희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