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은 '영업'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이다.

MD의 마음을 사는 것부터 올리브베러까지, 시장의 빈틈을 읽는 법

by 브랜드 디렉터 한


대한민국 뷰티 브랜드에게 올리브영은 기회의 땅이자, 가장 잔혹한 전쟁터다.


누군가는 입점 제안 메일만 수십 번 보내다 끝나고,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제안서로 '카테고리 킬러'가 되어 1,400억 매출의 신화를 쓴다.


지난 10년간 이 생태계의 A부터 Z를 모두 경험하며 내가 깨달은 단 하나의 진실이 있다.

올리브영 비즈니스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영업'이 아니다.

MD의 뇌 구조와 시장의 결핍, 그리고 서로의 니즈(Needs)를 교환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전략 게임'이다.


2022년도부터 해왔지만 제안서는 늘 초심이다.









1. 남들이 '레드오션'을 볼 때, 나는 '슬로에이징'을 봤다






브랜드가 올리브영 입점을 추진할 때, 주변에서는 "타겟이 맞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내 눈에는 당시 올리브영이라는 거인에게 부족한 단 하나의 퍼즐 조각, 바로 '슬로에이징(Slow-Aging)'이라는 빈틈이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는 이미 고기능성 제품으로 3040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서는 타겟 연령층을 2030으로 끌어내려야(Age-down) 하는 과제가 있었다.

반대로 올리브영은 젊은 트래픽은 넘쳐났지만, 객단가를 높여줄 확실한 '고기능성 안티에이징' 카테고리가 부족했다.

당시 20대들도 '모공', '노화'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그들을 만족시킬 '젊은 감각의 기능성 브랜드'가 부재했던 것이다.


나는 이 상호 간의 결핍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우리는 올리브영에게 부족한 '슬로에이징' 고객과 매출을 가져다줄 수 있다. 대신 올리브영은 우리에게 '젊은 타겟'을 수혈해 달라."


이것은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완벽한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였다.

MD가 원하던 그 명확한 니즈를 파악하고 협업 관계를 제안했기에, 우리는 단순한 입점을 넘어 카테고리를 리딩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기능성 카테고리로 이렇게 롱런한 브랜드가 있던가?

사실 '수분'처럼 기초라인이 아니고서 고기능성 제품으로 롱런하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나는 '모공'의 붐을 올리브영에서 만들었고, 작고 큰 많은 기업들이 '모공'효능으로 달려들었다.


그 덕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고,

올리브영에서 '그린 컬러' 하면 떠오르는 '모공 효능'의 대표 제품은

바로 성분에디터의 히어로 제품인 '그린토마토 모공앰플'이 되었다.




2. 마케팅은 '비전'이 아니라 '치밀한 수 싸움'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입점은 운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 끝에 나온다.

많은 브랜드가 범하는 실수는 올리브영 마케팅을 '단순 노출'이나 '영업'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플랫폼 안에서 살아남는 법은 철저한 심리전이다.

경쟁사의 트래픽을 어떻게 우리 상세페이지로 돌릴 것인가?

MD의 KPI(성과 지표)를 충족시키면서도, 우리 브랜드의 이익률을 방어하는 협상 카드는 무엇인가?

랭킹 알고리즘의 변동에 맞춰, 어떤 심리적 장치를 어디에 배치해야 고객이 반응하는가?


나는 현장에서 수많은 '승리의 공식'들을 발견했다.

단순히 "할인 행사 많이 하세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의 동선을 설계하고, 경쟁사의 허를 찌르며, 결국 MD가 우리 브랜드에 의존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디테일들이다.


이 지면에서 그 모든 전략을 공개할 수는 없다.

이것은 10년간의 수모와 실패, 그리고 재기를 통해 체득한 나만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메커니즘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매출 그래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3. 파도는 다시 오고 있다 : 올리브베러, 그리고 세포라




과거의 내가 '슬로에이징'이라는 파도를 탔다면, 2026년 지금은 또 다른 거대한 파도가 오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금 이너뷰티와 건기식을 특화한 '올리브베러(Olive Better)' 매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포라(Sephor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매장 오픈 소식이 아니다.


뷰티의 정의가 '바르는 것'에서 '먹고 관리하는 웰니스(Wellness)'로,
시장의 무대가 '로컬'에서 '글로벌'로 이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슬로에이징'의 빈틈을 읽어냈던 것처럼,

지금 브랜드들은 이 새로운 변화 속에서 올리브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읽어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취해있는 브랜드는 도태될 것이고,

새로운 니즈를 먼저 제안하는 브랜드만이 제2의 1,400억 신화를 쓰게 될 것이다.




마치며 :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


손자병법에 이르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나에게 올리브영은 더 이상 미지의 대상이 아니다.


브랜드의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MD와의 협상까지 생태계의 A to Z를 뼛속까지 경험하며

나는 '이기는 방법'을 몸으로 익혔다.


시장은 변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판을 읽는 눈과, 승리의 공식을 가진 사람에게 위기는 언제나 가장 완벽한 기회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Editor's Note) <1,400억 마케팅 설계도> 다음 화에서는 "상세페이지 이탈률을 0%로 만드는 뇌과학적 장치"에 대해 다룹니다. 고객의 뇌를 3초 만에 사로잡고 구매 버튼까지 누르게 만드는 '도파민 설계'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글. 브랜드 디렉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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