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당신의 미소를 기억하겠습니다.
며칠 전 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이럴 땐 타이밍이라는 말이 참 야속하다.
그날은 오랫동안 한라산 등반을 계획했던 날이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몇 시간을 카페에서 비몽사몽 하다가 집에 가는 버스에 오른 후에야 할머니의 부고장을 받았고, 그 연락은 온지 3시간이 지난 후 였다.
나는 할머니와 추억이 없는 편이다. 어릴 때 명절,제사와 같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할머니댁을 찾았다.
그럼에도 나는 할머니와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1년에 몇 번 찾아오지 않는 손녀를 그녀는 늘 예쁜 미소로 맞아 주셨다. 아무리 어리광을 부려도, 때를 써도, 짓궃은 장난을 쳐도.. 늘 사랑스럽다는 미소로 받아주셨다. 그리고 어떤 날은 나를 몰래 불러 옷장 깊은 곳에 숨겨둔 접혀진 지폐 몇 장을 쥐어주며 “엄마 몰래 맛난거 사먹어라.”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크고 더 이상 할머니 댁을 찾을 일이 없어졌다. 성인이 된 후에 할머니는 요양 병원으로 들어가셨고 우린 더 이상 의무적으로도 볼 일이 없어졌다.
이별은 꼭 후회를 남긴다. 추석 때 한 번이라도 찾아 뵐 걸.. 혼자서는 할머니 보러 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미루지 말걸.. 아빠에게 안부를 물어볼 걸..
이제와 아무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 봐도 하늘의 별이 된 그녀를 다신 볼 수 없다.
대신 오늘은 한 편의 숨겨뒀던 작은 추억을 꺼내어 그녀를 추모한다.
당신의 예쁘고 따스했던 미소를 기억하겠습니다.
무정한 손녀를 부디 용서하시길
그곳에선 더 이상 아프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