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라는 이름의 첫 빛

by 고지애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러면 나는 흔히 어른들이 바라는 직업을 말했다.

선생님, 의사, 간호사 등 하지만 그건 내가 되고 싶은 꿈이 아니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수학여행을 위해 처음으로 사복을 입고 등교한 날, 나의 꿈이 생겼다.

한창 유행하던 컬러 스키니진과 체크 셔츠를 입고 간 나는 처음으로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들 그 옷을 어디서 샀는지, 어떻게 이런 코디를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관심'이었다. 그때 나는 의류학과를 진학해 옷에 대해 공부해 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소심하고 뚱뚱했고, 외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했다. 말수도 적고, 공부도 못했다. 그런 내가 의류학과를 희망한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는 의아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 평소 고집이 센 나는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며 의류학과에 진학했지만, 치열하고 강인해야만 하는 그곳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점일 뿐이었다. 학과 내에선 왕따를 당하고 하물며 내가 의류학과의 수업에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울면서 교수님께 휴학서를 내고 도망치듯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래도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예쁜 옷과 화장품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0대 초반에는 어리고 기운도 넘쳐 하다가 안 맞으면 도망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잠수를 타고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다니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나이는 들어가고 친구들은 다 대학을 졸업해 좋은 회사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고, 20대 후반이 되어서는 어디에서 일하든 누군가의 뒤치레를 해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앞자리가 바뀌고 서른이 되었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나에게 드라마틱한 큰 사건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적어도 내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고, 나의 상황에서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마 나는 몇 년전부터 특정한 재능이 없다는 걸 더 이상 부정하지 못 했던 것 같다. 보여지는 아름다운 모든 걸 사랑하는 나는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었으나 내가 만지고 닿으면 망가뜨리는 일명 '똥손'을 가진 나에게는 허무랭한 꿈이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한 자리에 1시간 이상을 앉지 못하는 나에게는 너무 힘든 얘기였다. 하지만, 살아 남아야 하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하기는 해야 했다. 그럼 내가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무엇이냐?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것이 공부 밖에 없었다. 그래도 공무원 시험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제일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해 공시생의 길로 들어섰다.

누군가에는 이 모든 것이 핑계로 들리겠지만, 핑계가 맞고, 그렇게 나는 공시생이 되었다.

일명 '패션 공시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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