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은의 자리

The Place Where He Was Laid

by 김태규

포은의 자리

The Place Where He Was Laid


ㅡ 김태규


흙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발걸음이 오래 머문 자리마다

조금 더 단단해진다


이곳은

칼이 멈춘 뒤가 아니라


칼이 끝내

닿지 못한 자리다


둥근 언덕 하나

시간이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끝까지

물러서지 않은 방향이

남긴 모양이다


지나는 이들의 그림자가

잠시 무릎을 낮추는 동안


이름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목 안쪽에서만 맴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풀잎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각자의 방향으로 흔들린다


그 흔들림 사이로


아직도

버티고 있는 선택 하나


굳이 설명 없이

용인에

남아 있다



[작가의 말]


용인에는 고려 말 충신 포은 정몽주의 묘소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남기는 것은 사건의 크기보다 어떤 방향을 끝까지 붙잡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의 이름보다 그가 지켜낸 태도가 어떻게 한 자리의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따라가고자 했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다시 고개를 낮추게 되는 까닭도 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안내)

제 글을 계속 보시려면,

《브런치 앱》에서 "카카오 톡으로 로그인"을 선택하시고, "팔로잉(구독)"을 누르시면 됩니다.

♡와 댓글도 환영합니다!

kimtaikyoo@gmail.com

keyword